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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홍욱희 박사의 글(교수신문 제346호)을 읽고
반론: 홍욱희 박사의 글(교수신문 제346호)을 읽고
  • 권원태 기상연구소
  • 승인 200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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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온실가스 감축중...‘bad project' 근거 미약

기후변화에 관해 전문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과학발전에 자양분이 된다. 논자(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가 제시한 의견은 현재 과학계에서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을 소개함으로써,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논자가 지적했듯이 정부간기후변화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은 유엔 산하 기관으로 1988년 설립됐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객관적인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IPCC에서 보고서를 발간하는 메커니즘은 전세계 1백80여개국 정부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보고서는 두세차례 비참여전문가 및 각국 정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발간되며, 마지막으로 정부대표들이 참여한 총회에서 승인된다. 그러므로 IPCC의 보고서를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선 과학적 현황에 대하여 검토하면(IPCC 3차 평가보고서, 2001), 논자가 소개한 사실 중 몇 가지 사항이 필자와 견해를 달리한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이후 280ppm에서 현재 약 376ppm으로 30%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증가추세를 시기별로 보면 산업혁명 이후 1950년까지 10% (약30ppm) 증가하고, 1980년까지 10%, 다시 2000년까지 10% 정도 증가하고 있다. 즉,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과거보다는 지금 더 빨리 증가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매년 약 2ppm씩 증가해 1990년대의 1.5ppm보다 증가폭이 크다. 그러므로 온난화도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과거 1천년간 기온변화를 보면, 19세기 중반까지 미약하게나마 기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과거의 기온변화는 ±0.2도의 범위에서 변화했다. 그러나 20세기 지구의 평균기온은 0.6±0.2도 상승했다. 여기서 ±0.2도는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19세기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크게’ 낮았고 20세기에 기온이 ‘다소’ 상승했다는 논자의 표현은 이러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남극 보스톡기지에서 채취한 빙하시료에서 기온, 이산화탄소 및 메탄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는 빙하기와 간빙기에 이산화탄소(메탄)의 농도와 기온이 같은 추세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으면 기온이 높고, 낮으면 기온이 낮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논자도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이것이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기온 상승이 자연적인 기온 상승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고 IPCC 3차 평가보고서에서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온난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모델은 바로 쿄토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한 미국의 국립연구소(GFDL)에서 개발한 모델이며, 온실가스의 농도 증가를 포함하는 경우에만, 20세기 후반의 온난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지금까지의 과학적인 증거로 봤을 때,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로 인한 온난화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단지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매우 복합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어느 정도의 온난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우선 ‘불확실’과 ‘불확실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가 만약 지구온난화가 불확실하다고 하면 이는 지구온난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 것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정도를 가늠하는데 있어 오차의 범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자는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불확실성’을 마치 ‘불확실’인 것처럼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이라는 사실이다(IPCC 3차 평가보고서, 2001).

쿄토의정서 발효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 ‘발빠른 대응 자세’를 보였다고 하는데, 사실은 매우 늦은 대응이다. 왜 이제서야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되는가-왜 조금 더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는가. 선진국의 이해와 대응에 비하면 우리의 대응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외국에서도 일반인이나 매스컴의 관심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예를 들면 지난 2월초 영국 기상청에서는 ‘위험한 수준의 온실가스 레벨에 관한 워크숍’이 개최돼 이에 대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외국에서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므로 논자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온난화 적응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매우 좋은 지적이며,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뿐만이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인류사회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온난화의 수준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을 한번 검토해보자. 미국은 비록 쿄토의정서는 비준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18%)를 정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미국은 쿄토메커니즘이 자국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기후변화 관련 과학 및 기술개발에 매년 5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유럽(독일, 영국 등)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달성하고 있으며, 자국내의 전략적 감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므로 논자가 주장하는 주요온실가스 국가들의 감축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는 그렇게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도 지방정부에서 이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워 추진할 뿐만 아니라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코펜하겐 콘센서스에 대해 세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콘센서스에서 제기된 500억 달러는 세계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액수로 전지구와 관련된 문제(전반적인 보건문제,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다. 따라서 이 돈으로는 기껏해야 적은 비용이 드는 특정 질병이나 기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미 질병, 기아, 기후변화 문제에 선진국들은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돼있다. 두 번째로 참가한 전문가 집단이 대부분 경제학자이며 적은 인원으로 제한돼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제안을 검토하는데 단지 5일이 걸렸다는 것도 결론이 객관성을 입증하는데 걸림돌이라고 하겠다. 또한 결론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서 탄소세가 비용-편익 문제에서 손해라고 주장한 사람과 그 반대 입장(점진적으로 tax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을 취한 사람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해야하며 그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세 문제는 논리적 근거없이 ‘bad project'로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안건에 대해서도 순위가 매우 다르다. 예를 들면, 영양실조 등의 문제는 'very good'이면서 영유아 영양과 저체중아 문제는 'fair'로 책정한 것은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기준이 문제의 중요도가 아니라, 예산액수가 기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러므로 전세계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소수의 전문가가 제한된 시간에 결론을 내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것이 코펜하겐 콘센서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진정한 consensus이다(Sachs, 2004).

권원태 / 기상연구소 기후학

필자는 텍사스 A&M대에서 '지형이 있는 2층 beta-평면 채널 모델에서 나타난 행성파의 흐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있고, 'Characteristics of wintertime daily and extreme minimum temperature overSouth Korea'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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