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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원치 않는 블랙아웃, 여전히 소홀한 재생에너지
누구도 원치 않는 블랙아웃, 여전히 소홀한 재생에너지
  • 김재호
  • 승인 2021.08.05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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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그리드』 그레천 바크 지음 | 김선교, 전현우, 최준영 옮김 | 동아시아 | 532쪽

폭염이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 예비율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그레천 바크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이다. 그는 기존의 전력공급 시스템(그리드)으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책의 부제처럼 ‘제2의 전기 인프라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례는 미국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흔히 컴퓨터가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크는 “컴퓨터는 단지 도구일 뿐”이라며 전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마트폰 역시 그리드에 의존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정교하고도 세밀한 구조로 이뤄진 회로 기판 둘레에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다”라며 “전원은 이 기기의 심장과 같으며, 그리드로부터 전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만 그 생명력이 유지된다”라고 적었다. 전기 자체의 성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기는 보관이 힘들어 만들어지는 순간 사용된다. 1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어도 바로 배송된다. 바크에 의하면 그 순삭의 시간은 1천 분의 1초이다. 

전기공급이 끊기는 ‘블랙아웃’이 생기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미국의 그리드를 구성하고 있는 송전선, 변압기, 발전소 등은 너무 오래됐다. 노후화된 설비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연간 평균 정전 시간이 약 6시간을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자주, 많아졌다. 바크에 따르면, 일본 11분, 독일 15분, 한국 16분, 이탈리아 51분, 미국 120분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용어는 바로 ‘브라운아웃’이다. 블랙아웃이 광범위한 전력 공급 차단되는 것이라면, 브라운아웃은 일부 지역에서 전압 부족으로 전력 공급이 변동하는 걸 뜻한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후에 미국의 환경운동가 에머리 로빈스, 헌터 로빈스 부부는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을 알렸다. 석유 수입보다는 에너지 인프라가 더욱 중요하다는 보고서를 펜타곤에 제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대통령 지위를 잃어버렸던 지미 카터 외에는 그 보고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에너지 인프라, 특히 그리드는 취약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 그리드가 망가져 캘리포니아는 블랙아웃을 겪었다.  

특히 발전소에서 우리집 플러그로 들어오는 전기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발전소 등에 의해 생산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독성 핵폐기물, 해양 오염 등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비율을 25%까지 높일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30년까지 그 목표치를 50%로 잡았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설치한 지붕형 태양광이 이 수치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바크는 지적한다. 버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생산된 가정용 태양광 전력 가운데 45%가 생산되며, 이 가운데 82%는 2010년 이후에 설치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드가 이처럼 거대한 재생에너지 확장 계획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 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력 회사들의 로비에 의해 목표치를 입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재생에너지 비율 높이려하지만 가정용 태양광은 빠져 있어

미군, 구글, 코네티컷주, 뉴욕주의 공통점은 전력망을 마이크로그리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그리드의 파손과 이로 인한 블랙아웃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그리드는 다람쥐나 나뭇가지에 의해서도 파손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다음과 같다. 그 누구도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그리드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리드에 대한 욕구는 충만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공급이 원활히 이뤄져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늘 작동하길 원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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