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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과학자 8.5%, 데이터 조작한 적 있다”
“네덜란드 과학자 8.5%, 데이터 조작한 적 있다”
  • 김재호
  • 승인 2021.08.02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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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메타아카이브에 실린 연구 부정행위 설문조사 소개
절반 이상은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에 참여했다고 응답

네덜란드 과학자 8.5%가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실토했다. 네덜란드 과학자 6천813명을 대상으로 한 익명의 설문조사 결과, 약 579명이 데이터를 위조(4.3%)하거나 조작(4.2%)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1회 이상 데이터를 왜곡시켰다고 고백했다. 또한 51.3%인 3천495명 이상은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에 자주 참여했다고 답했다. 지난달 22일, 『네이처』는 프리프린트 사이트인 메타아카이브(MetaArXiv)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최종편집 후 게재된 논문의 제목은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과 연구 부정행위의 만연과 이에 대한 설명 가능한 요인들: 네덜란드의 대학 연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과학자들은 90% 정도가 경험 과학에 종사하고 있다. 논문에서 표현한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은 위·조작, 표절보다는 덜 악의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은 논문 출판을 위해 연구결과에 유효한 부정적 결과, 연구설계나 실행상의 결함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나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인용하는 게 포함된다.     

논문 게재·철회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 재검토 필요

과학자 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익명의 설문조사에 6천813명이 답했다. 이에 따르면, 12명 중 1명은 연구 부정행위를 저질렀다(약 8.5%)고 답했다. 이 비율은 이전 설문조사 결과분석보다 2배나 많은 수치다. 또한 2명 중 1명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에 참여했다고 실토했다. 

2011년 네덜란드 학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연구윤리 사건이 있다. 디데리크 슈타펠 틸부르그대 전 교수는 데이터 조작으로 대학에서 물러났다. 사회심리학 분야 교수였던 그는 수년 동안 데이터를 조작했다. 그 결과 슈타펠 전 교수의 논문 58편이 철회됐다. 논문 게재에 대한 과도한 압박과 살인적인 경쟁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슈타펠 전 교수는 오랜 기간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혼자 연구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견제와 균형이 없이 너무 빨리 논문 게재 점수를 얻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나중에 회고록도 출간했다. 이 사건으로 네덜란드 학계는 연구 진실성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리뷰어가 연구의 질 위해서 문지기 역할 잘 해야
논문 출판과 연구비 수주, 경쟁력에 대한 심한 압박이 원인

이번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전염병학자 고팔라크리슈나(Gopalakrishna) 박사는 “과학적 규범 따르기와 연구 질을 담보하기 위해 문지기로서 리뷰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라며 “논문 게재와 철회에 따른 인센티브 시스템을 억제하는 게 연구 청렴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대학 실태조사에 응한 의료·생명과학 연구자 중 10% 이상은 데이터 위·조작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타분야에 비해 높은 응답인데, 그 이유는 단정할 수 없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제로 많은 부정행위가 의료·생명과학에서 일어나기 때문인지, 징계 위원들이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과학자들이 실토하는지 등은 알 수 없다.  

 

데이터를 얼마나, 자주 조작했는지 파악 어려워

  
특히 박사과정생, 박사후연구원, 조교수(junior faculty)들이 의심스러운 연구 관행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네이처』는 밝혔다. 박사후연구원과 조교수들은 논문 출판과 연구비 수주, 경쟁력에서 심한 압박을 받는다. 다만, 과학자들의 부교수, 정교수로의 승진 등 경력 단계와 데이터 위·조작과 유의미한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경제정치대 대니엘 파넬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연구결과에서 데이터 위·조작을 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몇 번이나 그랬는지, 논문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변조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연구 진실성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틸부르그대 마자 바커 교수는 “연구 부정행위가 드물지 않으나 탐지하거나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커 교수는 “연구기관들이 연구 부정행위 이슈들을 투명하게 대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표절을 주의하고 논문 전 출판 오류를 고치기 위해 분명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 프로토콜을 사전 등록하거나(43%), 조작되지 않은 기초 데이터를 이용하거나(47%) 포괄적인 연구 기록을 보관한다(56%)는 응답 비율은 적었다. 고팔라크리슈나(Gopalakrishna) 박사는 “(연구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좀 더 천천히 과학연구를 진행하면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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