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25 (토)
"국립대 합치나"…물밑교섭•지지부진•일방통행도
"국립대 합치나"…물밑교섭•지지부진•일방통행도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3.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대•충북대, '아래로부터 통합'… 여수대, 전남대•순천대에서 각각 '러브콜'

통합을 선언한 국립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충남대·충북대, 부산대·밀양대 등은 실질적 통합을 위한 물밑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몇몇 대학들은 구성원 반발로 통합 자체가 무산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충남대와 충북대는 ‘아래로부터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총장 선출로 몸살을 앓았던 충남대가 행정조직을 개편한 후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들어간 두 대학은 단과대별, 학과별로 실질적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법대, 수의대, 농대, 공대 건축학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등은 두 대학 교수들간 모임을 갖고 학생정원, 교과과정, 교수교류 등 세밀한 통합 과정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학 법대 교수들은 “대학차원에서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충청권 통합 법과대학’ 형태로 법대만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힐 만큼 통합에 적극적이다. 충남대는 단과대별로 통합 논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교수들의 물밑 교섭을 지원해 오기도 했다.

충남대와 충북대의 통합이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은 행정도시 건설 계획 때문이기도 하다. 계획안에 따르면, 연기지역에 50만평 캠퍼스 부지가 마련돼 있어 대학본부 위치를 둘러싼 잡음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대학은 연기캠퍼스를 신설해 대학본부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두 대학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지난 9일부터 단과대별 설명회를 해왔으며 교수회, 직원협의회, 학생회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대 충북대 통합추진실무위원회 위원장(회계학과)은 “충남대와 충북대, 두 거점대학이 통합할 경우 서울대를 능가하는 대학이 탄생할 것”이라며 “5월 중으로 통합안을 확정지어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권역에서는 부산대와 밀양대가 통합 가능성이 높은 대학으로 꼽히고 있다.

밀양대가 지난해 8월 부산대에 통합의향서를 보내면서 시작된 두 대학도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양대는 교수회 의견조사 결과, 64%가 통합에 찬성했으며 부산대도 총동창회와 기성회가 통합 찬성입장을 밝혔다. 부산대 교수회와 직원회는 각각 28일과 29일에 걸쳐 총투표로 의견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부산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교수 84.5%가 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 대학관계자들은 전체교수 총투표 결과도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대학은 밀양대에 나노과학기술대학과 생명자원과학대학의 2개 단과대학과 로스쿨 자율심화과정 운영을 위한 제2법학관을 두기로 통합안을 마련한 상태다. 두 대학은 밀양대 차기총장으로 선출된 이상학 신임총장이 31일 취임하는 대로 4월 중 두 대학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합의각서를 체결한 후 4월 말까지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김유근 부산대 기획협력처장(대기환경과학과)은 “단과대는 물론 교수회, 직원회, 학생회까지 무려 스무번이 넘는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라며 통합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광주전남권역에서는 여수대가 전남대와 순천대 두 대학으로부터 ‘통합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남대는 통합대학의 명칭을 ‘전남대학교’로 하고 여수 캠퍼스 특성화, 한의대 설립 인가시 여수캠퍼스에 유치 등의 통합안을 여수대에 제안했다. 그러나 한의대 인가시 여수캠퍼스 유치 계획안을 두고 전남대 교수들의 반발이 심해 통합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교수, 직원, 학생회, 동창회 등을 대상으로 여수대와의 통합을 위한 의견수렴 및 설문조사에 들어간다. 전남대보다 앞서 러브콜을 보낸 순천대는 캠퍼스 재배치 등 양보조건을 내걸고 통합을 제안한 상태다.

김옥삼 여수대 기획처장(기계공학과)은 “두 대학 중 어느 대학과 통합할 지는 구성원들의 선택에 달렸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학의 통합에 응할 것은 당연지사”라며 “4월 중순까지 통합대상 대학을 선정하고 전체교수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캠퍼스 신설과 해양특성화 통합대학 계획 발표로 이목을 끌었던 한국해양대는 통합 대상 대학으로 거론된 경상대, 목포해양대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대는 지난 18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부산을 방문했을 때 “경상대 해양수산계열 단과대학을 해양대 부산캠퍼스로 이전하고 목포해양대도 통합해 서남해권 해양특성화 거점캠퍼스로 육성해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특성화대학을 만들겠다”라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산 영도캠퍼스에는 해양특성화 거점대학 육성을 목표로 산학연 통합형 ‘해양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울산캠퍼스에는 울산시와 협의해 기존 공과대학과 국제대학을 개편, 이전하고 에너지환경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경영과학대학 등 8개 단과대학을 설치한다는 해양대 발전계획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백종국 경상대 기획연구처장(정치행정학부)는 “해양대와 해양특성화 통합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라며 “해양대의 일방적 발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통영에 위치한 경상대 해양수산계열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진의장 통영시장이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산의 1번지인 통영에 있는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을 부산으로 통합, 이전한다는 건 국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해양대는 경상대와 목포해양대의 통합 계획이 문제가 되자 구체적으로 통합 대상이 된 대학명을 언급한 적이 없다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경상대와 창원대의 통합 논의는 지난해 11월 창원대 교수회의 통합거부 표결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두 대학은 대학본부 위치와 캠퍼스별 단과대 배치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어왔다. 두 대학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흡수통합에 대한 교수들의 우려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북대와 상주대도 구조개혁 공동연구단을 발족, 통합방안에 대해 긍정적 연구결과 나올 경우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했으나 경북대 교수회와 상주대 동창회 등이 통합을 반대해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지상 경북대 기획처장(경제통상학부)은 “양해각서 체결을 미룬 채 상주대는 자체 특성화 계획을 세우고 경북대는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라며 “양해각서 체결은 통합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일 뿐인데 교수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