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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세계
편집자의 세계
  • 이지원
  • 승인 2021.07.2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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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기 지음 | 페이퍼로드 | 408쪽

훌륭한 작가 뒤에는 반드시 뛰어난 편집자가 있었다!

찬란한 미국 문화의 개화기를 이끈 15명의 명편집자

살아서도 죽어서도 편집자로 불리길 바란 이들은 

그야말로 편집에 미친 자들이었다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는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 발전시키는 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작가의 재능에 충실한 편집자로 스콧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링 라드너, 어스킨 콜드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무명일 때부터 눈여겨보고 대작가로 키워냈다.

헤밍웨이는 그를 두고 “퍼킨스는 나의 문장을 단 한 줄도 삭제하거나, 다시 쓰도록 말한 적이 없는 ‘머리가 숙여질 정도로 훌륭한 편집자’였습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렇듯 편집자란 글쓰기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작가의 유일한 편이자 참다운 조언자 그리고 충실한 친구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편집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자질이 요구된다. 랜덤하우스 설립자이자 영원한 낙천가라 불린 베넷 세르프는 “편집자는 흥미 범위가 상당히 넓지 않으면 안 되고, 영어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박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뛰어난 편집자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필요한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나 저자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편집자 역시 선택받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출판계는 편집자의 방대한 영향력을 인정하는 건 물론, 그 권한 역시 독보적이었다. 시대를 앞서는 감각과 탁월한 편집 능력을 지닌 이들은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냈고 이에 미국의 부자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재능과 부의 상호작용이 20세기 찬란한 미국 문화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출판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도 편집자가 저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거나 단순한 맞춤법이나 교정, 교열만 한다고 여기는 인식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편집자라는 직업에 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이러한 풍토를 딛고 활자를 통한 문화 창조자인 편집자가 사회로부터 응당한 대접을 받는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바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오랜 바람이자 우리 출판계가 지향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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