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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 출신, 고 김희준 시인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 세상에 나와
경상국립대 출신, 고 김희준 시인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 세상에 나와
  • 하영 기자
  • 승인 2021.07.28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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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국립대 대학원 국문학과 재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
• 생전에 ≪시인동네≫ 연재 원고 12편에 미발표 원고 1편 더해
• 은하를 배경으로 신화와 동화, 전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

경상국립대학교(GNU·총장 권순기)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2020년 7월 24일 새벽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희준 시인의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난다, 164쪽, 1만 2000원)가 고인이 사고를 당한 지 1년 만인 7월 24일 세상에 나왔다.

고 김희준 시인
고 김희준 시인

고 김희준 시인은 1994년 9월 10일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여고를 졸업했다. 고교 3년 동안 공식 수상 실적은 64회(대상, 장원 등)나 된다. 시인은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특기생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 시인은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대학원(현대문학 전공)에 진학하였고 사고가 날 당시 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시인은 23살이던 2017년 ≪시인동네≫로 데뷔하여 2017년 계간 ≪시산맥≫의 제2회 ‘시여, 눈을 감아라’에서 문학상을 받았고 2020년 아르코청년예술가 창작준비지원금을 받았다. <경상대신문>은 2018년 개교 7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출판한 ≪개척인을 만나다: 개척 70년, 70인의 개척인≫의 학생 부문 맨 처음에 김희준 시인 인터뷰를 실었다.

고인이 사망한 뒤 2020년 9월 10일, 그러니까 고인이 살았으면 26번째 생일이었을 날에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문학동네, 148쪽)이 나왔는데 발간 8개월 만에 6쇄를 찍었다. 그러고서 이번에 유고 산문집에 나온 것이다.

유고 산문집 ≪행성표류기≫ 표지

유고 산문집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월간 ≪시인동네≫에 연재한 ‘행성표류기’ 열두 편에 미발표분 원고 한 편을 더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시인 스스로 ‘행성표류 환상서사시집’이라 기획한 바 있고 더러 산문이라 불렀으며, 은하를 배경으로 신화와 동화, 전설과 환상을 넘나드는 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은 물론 언어의 경계와 한계를 허무는 시도’(문학평론가 김명철)는 기어이 형식과 장르를 넘어, 별과 우주의 경계를 넘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간다. 타인의 꿈에서 알을 낳는 오네이로이상제나비, 강아지와 고양이의 말캉한 ‘젤리’가 열리는 발바닥나무, 삼백 개가 넘는 목젖을 가진 구관조 북방검정부리새…. 시인이 여행한 행성들은 빛나는 상상력을 촘촘한 자모로 빚어낸 영험한 생명으로 가득하다.

행성을 표류하는 시인의 기항지는 목동자리, 처녀자리, 궁수자리, 백조자리, 뱀주인자리, 남쪽물고기자리, 삼각형자리, 안드로메다자리, 오리온자리, 쌍둥이자리, 작은개자리, 컵자리, 까마귀자리이다. 시인은 각각의 기항지에서 ‘코마의 평원에 머무는 나비’를 만나기도 하고 ‘은하를 건너는 밀서와 쏟아지는 알타이르의 새’를 만나기도 한다. ‘바람개비 은하에 잘린 외로운 도형’과 ‘중력으로부터 해방되는 안드로메다의 사육장’의 수수께끼도 만난다. 결국 시인이 도달하고자 한 기착지가 어디인지는 시인의 사망으로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았다.

고 김희준 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에 대해 강희근 경상국립대 명예교수는 “동일한 주제를 동전의 앞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두 개의 레일을 돌리는 양식이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라고 말했다.

고 김희준 시인의 시는 언어 감각이 뛰어났고 상상의 폭이 넓었으며 활용하는 비유들의 확장성이 강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시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지난해 10월 8일 저녁 진주문고에서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_김희준 시인 추모 낭독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시인의 고향인 통영에서는 2021년 5월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 통영RCE 세자트라숲에서 그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문인과 시민들 수십 명이 모여 시비를 건립했다.

고인을 기리는 지역의 시인과 지인들은 7월 24일 1주기 추모식을 기획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하고, 9월에 통영에서 유고산문집 출판기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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