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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애매하고 이중적인 위상에 놓이다
대학원생, 애매하고 이중적인 위상에 놓이다
  • 정우성
  • 승인 2021.07.2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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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 연구과제에 참여하기에 근로자로 간주하고
실질적인 역할·환경을 감안해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연구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초기의 대학은 지식을 갈구하는 학생과 교수가 만나는 장이었다. 이후 독일의 훔볼트 대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연구대학의 시대가 열렸다. 그 뒤에도 대학의 기능은 다양해져, 산학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여러 학문 중에서도 과학기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산업과 경제 성장에 보다 큰 연결고리가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인류가 갖고 있는 지식이 끊임없이 진보하며,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에서 탄생하는 혁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와 함께 대학에 투입되는 연구비와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연구개발인력도 늘어난다. 학교에서 수행하는 R&D와 연구소나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R&D의 간극이 날로 좁아진다.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대학에서 연구소, 기업까지 이어달리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혁신이 많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커지면서, 특히 이공계 대학원생은 과거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된다. 전통적인 사제 관계에서 확장되어, 국가의 혁신을 창출하는 산학연 체계에서 학계를 담당하는 핵심 연구인력으로 자리매김한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는 대학원생 역시 연구원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로서 위상을 인정하고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픽사베이

이공계 대학원의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학원생은 애매한 위상을 갖고 있다. 수업을 듣고 학문을 배우는 학생이지만, 연구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도 한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하면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원도 끊임없이 학문을 익힌다. 진리의 끝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를 생각하면, 평생 배우고 익혀야하는 지식의 세계에서 청년인지 장년인지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결국 학생은 배우고 연구원은 일한다는 구분이 뚜렷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학생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하는 산학협력 연구과제에 참여하지만, 연구원과 학생은 다른 대우를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비단 연구과제에 참여한 금전적 대가뿐 아니라, 연구실의 안전이나 재해 보상 등에서도 학생이기에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생이 근로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이러한 논란은 근로자가 갖는 법적 보호장치를 대학원생에게도 적용하여, 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근로자의 지위는 사회가 규정한 제도적인 것이다. 따라서 법적 근거를 따져서 시비를 가리는 논쟁보다는, 대학원생의 실질적인 역할과 환경을 감안하여 보호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생활과 육아 병행할 수 있는 제도 필요

대학원생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청년의 문제를 온전히 떠안고 있다. 특히 대학원 시절과 학위 취득 후 학문후속세대, 신진연구인력으로 한창 초기 경력을 키워나가는 때와 출산, 육아의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 이 시기의 경력 단절은 단순히 육아를 어느 정도 마친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매일 격변하는 기술 전쟁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대학원생들이다. 결국 대학원 생활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학원생은 대학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직장어린이집과 같은 가족친화형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대학원 연구실에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잠깐의 육아휴직도 치열한 연구자들의 경쟁에서의 낙오를 의미한다. 출산과 육아는 경력단절이 아니라 연구현장에서의 이탈과 연구자로써의 경력 종료를 의미한다. 결국 대학원생에게 일반적인 직장인 수준의 지원은 필수이며,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지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연구실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 중 일부는, 기업의 활동과 연구실 활동이 뚜렷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연구실 인력이 정당한 대가 없이 기업 업무에 동원되고, 연구실이 수행하는 연구과제가 기업 활동에 투입된다. 연구성과물을 대학 연구실과 기업이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불분명한 일도 생긴다. 대학원생인지, 기업에 고용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채 연구실 기업은 돌아간다.

대학원생이 사회가 생각하는 절대적 약자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리와 학문을 끝없이 갈구하는 세계로 진입을 시작한 후속세대를 잘 보호하고 양성하는 것 또한 교수들의 역할이다. 매일 만나는 대학원생들이 쉽게 간과했던 사각지대가 아니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정우성 포스텍 교수·과학기술정책
카이스트 대학원 재학 시절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역임하며 대학원생과 청년 과학기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사회적 문제 파악과 해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다양한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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