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5-27 20:14 (금)
불확실한 미래... 인문학 공부가 답을 줄까
불확실한 미래... 인문학 공부가 답을 줄까
  • 정민기
  • 승인 2021.07.26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확실성은 거역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
‘불평등한 사회 구조’ 개혁이 더 실효적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문학을 배우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미국의 한 역사학 교수인 티모시 버크는 이 주장에 많은 결함이 있다고 했다.  사진=픽사베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문학을 배우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미국의 한 역사학 교수인 티모시 버크는 이 주장에 많은 결함이 있다고 했다. 사진=픽사베이

인문학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적합하다는 주장이 있다. 열린 사고를 권장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과연 이 주장은 타당한가.

미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는 지난 9일 ‘인문학을 둘러싼 설득력 없는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공개했다. 기고문을 쓴 티모시 버크 스와트모어대 역사학 교수는 인문학을 옹호하는 입장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버크 교수는 인문학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은 “중세시대부터 이어진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을 전제한다”고 분석한다. 중세 유럽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층과 실용적인 기술을 연마해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 계층으로 구성됐다. 이때 ‘인문학’은 문법, 논리, 수사학, 산수, 기하학, 음악, 천문학 등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이 배우는 커리큘럼이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일은 단순 노동과 달리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통찰력을 발휘해야 했으므로, 엘리트 계층은 인문학적 교육이 필수였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의 파급력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중세 시대의 교육론이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버크 교수는 “인문학적 교육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세계 경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인류의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공학자들이다”라고 말하며 “인문학 교육이 오직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제공된다면 인문학이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짓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버크 교수는 인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상아탑적 성향 역시 인문학을 미래와 멀어지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고등교육 종사자들은 미래를 좌우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과학기술과 거리가 멀다. 버크 교수는 “인문학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신의 분야가 아닌 실용적인 학문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버크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아직 연구가 부족하고, 실제로 우리가 그런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적 토대가 논쟁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끈기, 회복력, 감정 지능 등이 불확실성 대비책으로 언급되는 점을 예시로 들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데 이러한 개개인의 성격이나 재정적 여유가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인문학 교육이 길러낼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은 어떨까. 버크 교수는 이것 역시 “물이 새는 보트”라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의 비판적 사고력은 세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버크 교수는 “굳이 인문학이 아니더라도 어느 교육 과정이든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를테면 과학 실험 역시 실험을 구성하고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버크 교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우리가 의지와 목표를 갖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회사로부터 해고당할 수 있는 것은 불가피한 불확실성이 아니다”며 “소수의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지배하는 것을 바꿀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야 말로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bonsens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