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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가 된 학자들의 반격, 오픈액세스
플랫폼 노동자가 된 학자들의 반격, 오픈액세스
  • 박강수
  • 승인 2021.07.2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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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지식공유연대 심포지엄

“플랫폼에 입점한 영세 식당이 돼 배달 앱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느낌이다. 지식생산자들의 노동·가치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헐값에 매입되고 있다.”

만주학회 편집이사인 서재길 국민대 교수(국어국문학)의 토로다. 만주학회는 오는 8일 학술플랫폼 업체 누리미디어와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오픈액세스(Open Access, OA)’ 전환을 결정했다. 오픈액세스는 돈을 내거나 자격을 인증하는 등의 재정적·법률적 제약 없이 논문과 같은 학술 저작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개하는 공유 서비스를 말한다. 학술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는 공룡 상업출판사와 DB유통업체에 저항하며 2002년 시작된 학문 공공성 회복 운동이다. 학술 지식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모든 학자와 시민을 위해 공개되야 한다는 취지다.

 

지식공유연대는 23일 심포지엄을 열고 오픈액세스 전환의 사회적 의미와 그에 따른 현실적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사진=유튜브 중계 화면 캡처
지식공유연대는 23일 심포지엄을 열고 오픈액세스 전환의 사회적 의미와 그에 따른 현실적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사진=유튜브 중계 화면 캡처

 

한국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러한 움직임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는 지식공유연대(공동의장 박배균·정경희·천정환)는 23일 심포지엄을 열어 오픈액세스 전환의 의미와 현실적·실무적 어려움을 나누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식공유연대에는 현재 44개 학회 및 연구자단체와 4명의 독립연구자가 소속돼 있다. 지난해 7월 창립총회에서는 소속된 17개 학회가 오픈액세스 전환을 선언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17일에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함께 ‘국가 오픈액세스 정책 포럼’을 열고 오픈액세스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오픈액세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식공유연대는 “부실 논문과 약탈적 학술지 등 연구 부정은 총체적인 학문의 위기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학술지식의 공공성 강화이며 오픈액세스는 그 주요한 방법”이라고 심포지엄의 배경을 설명했다. 오픈액세스는 학술지식이라는 공유자산(Commons)의 가치를 되살리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인 박배균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는 “학술지식은 연구자 한 명이 혼자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다양한 연구자와 사회적 협력이 있어야 하는 공동생산의 산물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업화 논리가 학술계에 지속적으로 침투하면 공공성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OA 전환 걸림돌, 저작권료 수입 감소와 플랫폼 부재

 

관건은 어떻게 오픈액세스 전환을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그 실무적 애로사항에 대한 토의가 쏟아졌다. 넘어서야 하는 가장 큰 산은 ‘비용’이다. 학회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저작권료에 의존한다. 상용DB업체에 논문을 내주고 대가로 받는 돈이다. 이 계약관계를 청산하고 오픈액세스로 돌아서게 되면 저작권료가 수입에서 빠진다. 뿐만 아니라 논문 정보를 관리하고 유통과 출판을 총괄하는 역할까지 학회의 몫이 된다. 여기에 투입할 추가 인력과 인건비를 마련하는 일부터가 난관이다. 박배균 교수는 “이미 적자인데 지출은 더 늘어날 상황이다. 오픈액세스 한다고 말은 했지만 회장으로서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오픈액세스 전환을 결정한 상허학회의 편집위원 장문석 경희대 교수(국어국문학)는 “학술지 메타 정보 생성, 관리, 일원화 등 업무량과 비용이 상당했다. 간사 선생님들의 ‘그림자 노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장 교수는 플랫폼 문제를 지적한다.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출판하는 학회는 RISS, NDSL, KCI 등을 통해 원문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용DB업체의 플랫폼에 의존하는 학술계 성격상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KCI는 서비스가 아닌 관리를 위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중심이 될 서비스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재단 학술지 평가 기준에 공공성·OA유무 포함돼야

 

학계 당사자들은 학문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공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서사학회 회장인 박숙자 서강대 교수(전인교육원)가 인문사회 분야 학회 관계자 30여명을 집단면담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지원사업 선정 기준에 어떤 평가항목이 추가되기를 원합니까’라는 질문에 87.5%가 ‘학술지의 공공성 기여’를 꼽았다. 공공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연구재단 학술지평가에 OA학술지 유무 평가항목으로 추가'에 80.6%가 찬성했고 ‘OA전환에 가장 걱정되는 문제’로는 34.4%가 경제적 이유, 31.3%가 유통의 어려움을 꼽았다. 지원이 필요한 분야들이다.

2018년에 오픈액세스 전환한 한국기록관리학회의 정경희 한성대 교수(디지털인문정보학트랙)는 국가의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는 개별 논문에 대해 연구자가 받는 펀드 등을 통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문사회 분야는 그런 지원이 많지 않으니 한국연구재단이나 교육부 등에서 오픈액세스 출판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배균 교수 역시 “오픈액세스 전환 선언한 학술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학술지식은 공공재이니 사회적 공공성을 증진하기 위해 국가도 정당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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