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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때때로 맑음. 3
소설, 때때로 맑음. 3
  • 이지원
  • 승인 2021.07.26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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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룡 지음 | 현대문학 | 660쪽

프랑스 문학과 한 지성의 비평적 시선, 

그 불꽃 튀는 만남의 현장! 

 

현대문학 8년간의 연재의 총완결편 『소설, 때때로 맑음 3』 

지옥의 쓰기와 천국의 읽기, 그 마지막 권!

 

문학평론가이자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예리한 분석력과 통찰력, 지성미 넘치는 문체로 독자들을 매료시킨 이재룡 교수의 비평에세이 『소설, 때때로 맑음』 세 번째 권을 출간한다. 2019년 12월, 월간 『현대문학』에 무려 8년에 걸친 연재에 마침표를 찍으며, 2018년 『소설, 때때로 맑음 2』 출간 후 3년 만에 내놓는 마지막 저작이다.

프랑스의 최신 문학 동향과 흐름을 기민하게 포착해, 문학적 성취가 두드러지는 다양한 분야의 화제작, 문제작들을 선별하여 현장 비평가답게 소개한다. 더불어 정치, 사회, 문화, 역사, 환경 등 시대를 대변하는 문학 작품을 둘러싼 다방면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비평적·객관적 시선을 통해 프랑스 소설과 문학의 기능을 고민해온 오랜 작업의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수록된 30여 편의 글에는 각 편별로 테마 작품과 작가가 등장한다. 밀란 쿤데라, 장 필립 뚜생, 아니 에르노, 로맹 가리 등을 비롯한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 문학 작품들을 국내에 번역 소개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플로베르, 에밀 졸라 등 대문호의 고전에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 J.M.G. 르 클레지오 등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최신작과 내놓는 작품마다 프랑스 문단에 화제를 몰고 오는 미셸 우엘벡, 자기만의 분야를 개척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실뱅 테송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대표작까지 국내 미번역 신작을 포함한 50여 편의 작품을 비평에세이의 테마로 삼고 있다.

작품 분석뿐 아니라 이와 관련 있는 최근 프랑스 문학계 크고 작은 이슈들, 방대한 문학사적 자료와 작가의 흥미로운 에피소드 및 중요 정보들이 폭넓게 곁들여지면서 상호 텍스트성으로 함께 언급되는 작품은 150여 편에 이르는 가히 총체적 교양서로 자리매김한다. 

저자는 이 고단하고 녹록지 않은 작업을 두고, ‘에필로그’에서, “매달 프랑스 현지의 일간지와 잡지에 실린 서평을 참고하여 작가를 고르고 작품을 읽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글로 옮기는 재간은 시간이 지나도 늘지 않고 갈수록 타성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시간이 더해갈수록 독파해야 될 책 종수가 산더미처럼 쌓일 수밖에 없는 다독의 독서 방식과 전방위적으로 문제작들의 핵심을 파고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동원한 언어의 밀도는 하나의 완성될 건축물을 위해서 뼈대에 살을 붙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대한 독서 편력의 이야기는 비단 프랑스 문학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설, 때때로 맑음 3』에서 주목한 프랑스 최신 현대문학의 흐름은 "사실의 소설"이라고 적시하면서, 인위적 구성을 배제한 채 삶의 편린을 재구성한 진실에 가까운 픽션 아닌 픽션이 주목을 받는 현 추세를 여러 작품을 통해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실존 인물의 실제적 삶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베로니크 올미의 『바키타』, 놀라우리만치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전소설로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틴 앙고의 『생의 전환점』, 2차 대전 당시 전쟁과 인간의 야만성을 고발하는 에리크 뷔야르의 『그날의 비밀』과 올리비에 게즈의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등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논의할 수 있는 텍스트들이다.

작가는 최근 “오토픽션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 문단계의 현주소를 돌아보며, “소설이 무엇인가” 다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더불어 “문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에마뉘엘 카레르의 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현대소설이 허구와 현실, 진실과 거짓 그 중간쯤 어느 회색 지대에서 오가는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일침을 놓는다. 

문학과 예술, 삶과 세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을 동원한 비평적인 사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이 책에 대해 이남호(문학평론가ㆍ고려대 교수)는 프랑스 문학의 정수만을 정리해놓은 이 작업은 정작 프랑스 독자들도 누리기 어려운 독서 경험이라면서, 저자의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지옥의 쓰기”는 독자에게 보다 간결하고 접근이 용이한 “천국의 읽기를 보장한다”라고, 문학을 향유할 독자들에 대한 저자의 그칠 줄 모르는 열정과 투지를 되짚는다. 또한 “프랑스 최신 소설 이야기를 넘어서서 인간의 심연에서부터 사회적 혼돈과 역사의 폭력 그리고 언어의 한계와 예술의 미지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면서 예사롭지 않은 지혜와 통찰과 성찰의 문을 연다. (……) 타자를 통해 자기를 더 깊이 만나게 해주는 최고급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우리 문단과 지성계의 예외적 수확이다”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작가의 책을 나침반 삼아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흥미로운 스펙터클의 세계에 발을 들인 독자는 아름다운 프랑스 문학과 우리 시대 한 지성의 비평적 시선의 그 불꽃 튀는 만남의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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