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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건축을 사유한 책들
화제의 책: 건축을 사유한 책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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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지는 건물과 버려지는 건물 사이에서

▲『한국 전통건축과 동양사상』 임석재 지음| 북하우스 刊| 334쪽 ©
‘서양건축사’ 시리즈와 ‘한국현대건축사’ 시리즈를 냈던 임석재 교수가 이번에는 전통건축 연구서를 냈다. 전통건축물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대체로 두 가지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나는 미술사학자들이 문화재에 대한 연구로서 접근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전통건축 전공자들이 건축물의 구성, 크기, 명칭 등 현황에 대한 사실기술을 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양자의 연구에는 ‘해석’이 빠져있다며 둘다 문제 삼는다. 문화재 전반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나 사료연구는 중요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전통건축을 ‘즐기려면’ 올바른 해석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전통건축의 참맛을 알리기 위해 해석작업을 시도한다.

그의 해석은 유불도의 삼대 전통사상과 연관짓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유불도는 전통사회의 보편적 사상으로서 민족정서에서부터 조형의식, 그리고 건축물로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끈을 형성했다고 보는 것. 이를테면 불교의 空 사상과 도가의 ‘비움’ 사상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민족정서이며, 나아가 ‘보현사’에서 보듯 혹은 ‘송광사에서 보듯 전통건축물의 배경이 된다. 물론 건축은 사상을 직접 받아들이지 않고 조형감성이나 민족정서라는 매개체를 거쳐 받아들이지만 말이다. 이 책엔 현재 조성돼있는 전통 건축물은 모두 담겼다.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그가 이번에도 직접 발로 곳곳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도 함께 담겨 있다.

▲『모형속을 걷다』 이일훈 지음| 솔 刊| 262쪽 ©
임 교수의 책이 연구서라면, 건축가 이일훈 씨의 책은 내면적인 목소리가 담긴 성찰적 에세이집이다. 이일훈이라면 ‘탄현재’, ‘궁리채’, ‘가가불이’등 ‘채나눔’의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채’란 사랑채, 안채를 말할 때의 그 ‘채’인데, 말하자면 집을 작을수록 나누어서 쓰자는게 ‘채나눔’의 철학이다. 그는 오로지 편함만을 추구하는 것과는 반대로 의도적인 ‘걷기’와 ‘움직이기’를 만들어내 그의 집엔 자연스런 불편함이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이일훈은 이 책에서 뿌리박은 건축물을 논하진 않는다. 대신 한 채의 사람이 살기까진 많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단계와 과정이 필요한데, 알게모르게 사라지거나 잊혀지는 그 과정들을 책속에 담았다. 특히 부서지고 버려지는 건축모형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있다. 건축가들은 모형을 만든다. 모형은 건축의 축소물만은 아니다. 건축은 형태보다도 공간의 가치를 중시하는데, 공간이 어떤 형태를 띠는가, 어떤 구조방식으로 만들어지는가 하는 내부 공간에 대한 연구가 모형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모형은 집이 완성되면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렇지만 저자는 버려지는 모형을 마음속으론 버리지 못한 채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건축철학과 인생관을 아쉬움을 버리지 못한 채 털어놓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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