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9-22 12:45 (수)
영화 내용 팩트체크하면서 바람직한 기자상 제시
영화 내용 팩트체크하면서 바람직한 기자상 제시
  • 유무수
  • 승인 2021.07.22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영화 속 저널리즘』 권순택 지음 | 한울 | 496쪽

 

사실, 진실, 객관, 공정을 억압하는 
개인적이고 정파적인 이익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저자는 영화 「폴뉴먼의 선택」(시드니 폴락 감독, 1981)의 장면에서 한 여인이 맨발로 이웃집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신문을 수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고 썼다. 영화에서 기자는 특종에 눈이 멀었고, 데스크는 추측에 근거하여 강한 표현으로 기사를 다듬었다. 사내 변호사는 소송에 걸렸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지만 따졌다. 

기자는 여인의 이름과 직업, 의료기록 등을 기사로 까발렸다. 여인은 이웃 사람들이 자신의 의료기록을 모르기를 바랐다. 요즘 시중에 범람하는 말로 그 기사는 ‘기레기’의 작품이었다. 검사가 수사에 이용하기 위해 흘린 미끼에서 시작하여 기자가 사실 확인을 정확히 하지 않고 쓴 기사 때문에 범죄와 무관했던 그녀는 결국 자살했다. 영화의 원제목은 「Absence of Malice」이다. 언론은 악의가 없어도 사실 확인에 충실하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이 책은 실화, 회고록, 소설 등을 바탕으로 한 저널리즘 영화 37편을 다루고 있다. 먼저 개별 영화의 스토리를 요약했다. 그 다음의 ‘저널리스트의 관점’에서는 영화 내용과 오늘날 한국 언론계의 현실을 대비한다. 영화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기자의 취재감각을 적용하여 ‘팩트체크’를 하는 것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 책에서 다룬 영화들은 다양한 기자의 모습, 취재과정의 어려움, 취재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기자 중에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다가 기사를 덮으려는 세력에게 압박당하는 경우도 있고, 사건을 조작하고 기사를 창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트루스(Truth)」(제임스 밴더빌트 감독, 2015)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을 팩트 확인 없이 보도했다가 파면당한 <CBS>프로그램 PD를 다룬 영화다. 이 영화의 소개에 이은 ‘기자와 질문’ 코너에서 저자는 미국 대통령 열 명을 취재한 백악관 기자의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2020년 7월  한국현실에서 여당 권력자에게 답변이 곤란한 질문을 했던 기자는 “나쁜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 기자는 대통령(권력자)은 질문을 받아야 하고 항상 기꺼이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 질문은 기자의 질문이 아니라 국민의 질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질문을 문제 삼아 기자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무리는 사실과 진실의 억압이 아니라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축소될 가능성을 접할 때 통증을 느낀다. 독선과 아집, 교만과 인권 탄압으로 흐르는 독재의 경향을 경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긴다면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를 억압할 게 아니라 응원해야 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언론계의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요즘 기사에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즉 “지적이 나온다, 주장도 나온다, 비판이 나온다”는 표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지양해야 할 ‘나온다 저널리즘’이다. 게다가 타 언론의 기사를 적당히 재탕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언론은 한쪽 정파에 치우쳐 의혹 제기단계에서 보도를 마구잡이로 내뱉고 본다. 정확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쳤을지언정 주목 끄는 게 목적이다. 시간이 지나서 허위로 판명되어도 어영부영 모른 척하고 넘어가곤 한다. 기자는 누구인가? 진정한 기자의 보람은 무엇인가? 누가 사실과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하는가? 가짜 기자는 어떤 자인가? 기자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저널리즘 영화를 통해 이런 질문의 답을 성찰한다. 32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기자의 기본정신은 팩트, 팩트, 팩트체크이다. 엄격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과 객관과 공정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기자의 태도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