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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를 읽다
프루스트를 읽다
  • 이지원
  • 승인 2021.07.1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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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환 지음 | 현대문학 | 390쪽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프루스트를 이렇게 읽다 

망각에서 기억으로, 5년에 걸친 비판적 고찰에서 성찰로의 여정

 

프랑스 문학과 특히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마련해왔던, 냉철한 지성의 인문학자 정명환의 『프루스트를 읽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불문학자로서 프루스트의 『잃었던 때를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프루스트 읽기와 쓰기’라고 필자 스스로가 소개하는 이 저서는 2016년 초부터 5년여의 세월에 걸쳐 프루스트의 대장정의 세계를 탐사한 혼신을 기울인 독서의 기록이자 시간의 기록으로 180개의 단상으로 꾸며졌다. 

필자는 무의지적 기억으로 사라진 시간을 복원시켜 소생과 구원에 가 닿게 되는, 프루스트의 섬세한 심리묘사 등 내밀한 언어세계로 구축된 텍스트에서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사랑, 욕망, 질투, 우정, 야망, 기억 등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짚어내며 공감대를 갖는다. 

특히 문학과 예술의 본질, 그 기능에 대해서 인문학적 박학의 경험과 비판정신으로 프루스트의 사유의 한계까지 날카롭게 분석하고, 에밀 졸라, 도스토옙스키, 앙드레 말로, 보들레르 등의 많은 작가들을 소환시켜 비교 분석의 장을 넓힘과 동시에 프루스트와 자신의 문학적 지향과 사유방식의 차이점에 대한 소회도 명쾌하게 밝힌다.

또한 이 저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예술론을 다룬 마지막 장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서의 예술론을 강조함과 동시에, 작가의 인생관, 세계관으로 펼쳐지는 요소마다 명주해를 붙여 저자의 과업을 다한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번 저서는 노학자의 프루스트를 관통한 자기발견이며, 필생의 소명으로 삼았던 문학과 예술, 철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작은 새’가 되어 프루스트를 넘어서서 더 넓은 세계를 내다볼 수 있게 할 명안내서가 될 것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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