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0:20 (목)
해외쟁점_교토의정서-"Bad projects" 논란
해외쟁점_교토의정서-"Bad projects" 논란
  • 홍욱희 세민연구소장
  • 승인 2005.03.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문학적 비용에 효과는 미미 … “기아가 더 급하다”

교토의정서 발효에 발맞춰 우리 정부와 언론, 산업계는 발빠른 대응 자세를 보여줬다. 2월 한 달 동안 무려 10여 차례나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개최됐으며 언론은 산업계의 동향을 소개하기에 바빴다. 시민환경단체들도 미국의 교토의정서 비준거부를 비난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등 나름대로 지구지키기에 상당한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이런 우리나라의 부산함에 비교할 때 바다건너 나라들의 동향은 대체로 담담한 편이다.

미국의 비준거부를 둘러싼 논쟁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일찌감치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환경단체의 지탄을 받았다. 국제적으로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환경단체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만 했는데, 2월 22일부터 시작된 부시의 유럽 순방이 별로 성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것은 이런 비난여론이 크게 한 몫을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부시 행정부의 교토의정서 탈퇴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형평성의 차원에서 신흥산업국인 인도와 중국 등에 대한 배출규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어차피 의무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 협약의 실질적인 효과에 회의를 가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할 경우 5백만 개에 달하는 미국 내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와 의회가 일치단결해서 부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비단 경제우선주의 논리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단체들의 환경보전 일변도식 주장이 이제는 예전처럼 대중들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도 부시 행정부가 그처럼 완강하게 버틸 수 있는 한 빌미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지구온난화 현상을 두고서도 연구자에 따라서 이론이 분분한 형편이지만 앞으로의 기후예측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식의 논리들이 난무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작성의 근거가 되었던 1996년 UN 산하 IPCC 1차 보고서는 2100년까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할 때 지표면의 온도가 1.5도에서 4.5도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2001년에 발표된 2차 보고서에서는 이 수치가 1.4도에서 5.8도 사이로 더욱 벌어졌다. 이렇게 예측 값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앞으로 1백년 동안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전망이 시나리오별로 크게 다르고, 또 기후예측에 사용된 컴퓨터 모델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너무나 다양해서 가장 정교한 모델이라고 해도 그런 인자들을 모두 다 고려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설령 교토의정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완화시킬 수 것인가 하는 논쟁 역시 격렬하다. 이 문제는 온실가스 삭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르는 데에 반해서 교토의정서 자체가 이런 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불분명한 지구온난화 인과관계

미국의 경우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게 되면 산업계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향후 수십년에 걸쳐서 무려 2조3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필경 전세계적으로는 미국부담액의 몇 배나 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 당연하겠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현재의 기온상승 추세가 2100년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그 진행속도를 겨우 4~6년 정도 늦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IPCC 보고서의 결론이다.

환경단체들이 현실 여건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환경보전주의에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쥬라기 공원’으로 친숙한 마이클 클라이튼은 작년에 ‘공포상황 State of Fear’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에서 그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불사하는 한 환경단체 대표를 등장시켰다. 이 사악한 대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급기야는 인공해일을 획책하는데 이 소설이 발간된 이후 진짜 쓰나미가 인도양에서 발생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는 환경단체들에게 큰 타격이 됐다.

2002년 ‘회의적 환경주의자’로 과도한 생태주의를 비판한 덴마크의 정치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는 2004년 5월 노벨상 수상자 3명을 포함한 전세계 석학 8명을 코펜하겐에 초청해서 현인회의를 개최해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현안들과 그 중에서 가장 적은 비용을 투자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안건들을 요청하였다.

‘코펜하겐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회의결과는 에이즈, 기아, 자유무역, 말라리아의 치료와 관리 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 등에 대해서는 ‘나쁜 프로젝트(bad projects)’라고 지칭했는데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서 기대효과는 너무나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장·환경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