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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점보다 공통점 많은 남북한의 ‘국어’ 문법
차이점보다 공통점 많은 남북한의 ‘국어’ 문법
  • 이관규
  • 승인 2021.07.16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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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북한의 학교 문법론』 이관규 지음 | 역락 | 376쪽

 

실제적인 발음 생활을 중시하는 북한의 교육 방향
자음 19개, 모음 21개 설정하는 건 남북한이 동일

남북 ‘한국어’와 ‘조선어’, 교과목 이름은 ‘국어’

남북한은 한국어와 조선어라고 우리말을 대외적으로 부르지만 학교에서는 대내적으로는 ‘국어’라는 과목 명칭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남북의 학생들은 국어 수업 시간에 우리말, 즉  국어에 대하여 배우는데, 그 지식이 바로 국어 문법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 북한의 각급학교에서 교수 학습되고 있는 학교 문법에 대하여 꼼꼼하게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피고 있다. 북한의 중등학교 학교 문법을 담고 있는 초급중학교의 『국어 1∼3』교과서를 중심으로 하여 교육적 차원에서 논하였다. 문법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본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학교 문법이 보이는 특징이 무엇인지, 또 남한의 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나아가서는 남북한 통일 학교 문법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았다.

북한 학교 문법, 『문화어문법규범(초고)』(1972)에서 체계화

본래 북한의 문법서는 김일성종합대학 부설 조선어연구회에서 낸 『조선어문법』(1949)에서부터 시작하고 이후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에서 낸 『조선어문법Ⅰ,Ⅱ』(1960, 1963)에서 체계가 완전히 잡혔다고 알려져 있다. 학교 문법 차원에서 보면 『조선어문법』 혹은 『국어문법』이라는 명칭으로 문법 교과서가 1940년대 후반부터 60년대에도 인민학교와 중학교에서 사용되었다.  

1964년과 1966년에 김일성이 언어학자들과 나눈 담화 이후로 북한은 소위 문화어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는 『문화어문법규범(초고)』(1972)를 내게 되며 이후 『조선문화어문법규범』(1976)으로 규범 문법 혹은 학교 문법이 완성된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학교 문법의 완성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문화어가 전면에 나타나면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교육강령과 교과서의 변화에 따라서 중등학교에 『국어문법 1〜3』(1996, 2001)이 등장하게 된다. 이 세 권의 책은 2013년 김정은 시대 교육강령이 새로 나오기 전까지 사용된다. 이후 초급중학교 과정의 『국어 1〜3』 교과서 안에 문법이 학습 활동 방식으로 통합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표현수법”, “야유법”이 학교 문법에 들어가…

북한의 학교 문법은 크게 ‘말소리, 단어, 문장, 어휘, 수사법(“표현수법”), 어문 규범’으로 내용상 구분할 수 있다. 남한에서는 ‘말소리’ 단원을 주로 음운의 개념 및 음운의 변동이라 하여 음운론 차원에서 기술하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말 그대로 ‘말소리’ 및 소리의 바뀜, 즉 어음론 차원에서 기술하는 차이가 있다. 실제적인 발음 생활을 중시하는 교육 방향을 지니고 있다. 자음 19개, 모음 21개를 설정하는 것은 남북이 동일하다. ‘ㅢ’를 남한에서는 반모음과 단모음이 결합된 것으로 보는 데 반해, 북한에서는 홑모음과 홑모음이 평행하게 이어진 것으로 보는 차이가 있다.

북한에서는 조사와 어미를 각각 체언토와 용언토라고 하여 무척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와 ‘음, 기’를 각각 ‘체언의 용언형토’와 ‘용언의 체언형토’라고 명명하는 것이 특이하다. 남한에서는 9품사를 설정하고 있음에 비하여, 북한에서는 조사를 뺀 8품사, 곧 명사, 수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동사를 설정하고 있다. 남북이 모두 한자어 품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문장은 말소리나 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루고 있다. 맞물린성분이라 하여 술어, 주어, 보어, 인용어, 상황어, 규정어를 설정하고, 외딴성분이라 하여 부름말, 느낌말, 이음말, 기움말, 내세움말을 설정하고 있다. 후자는 남한에서 독립어 하나로 묶고 있다. 목적어는 설정하지 않고 대신 체언에 조사가 붙는 것을 모두 ‘보어’라고 부르는 것이 남북한의 큰 차이이다. 어문 규범은 남북한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북한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에 대하여 무척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이 내용이 『조선말규범집』(2010)에 있는 것임은 물론이다.

남한과 차이 나는 북한 학교 문법의 특징은 무엇보다 “표현수법”이라 하여 수사법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한에서는 문학 분야에서 수사법 내용을 다루는데, 북한에서는 실용 차원에서 국어 교과서에서, 특히 문법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하긴 남한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수사법을 문법 영역에서 다루었었다. 수사법들 가운데 ‘야유법’이라고 하는 것이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단어나 문장을 정반대로 표현하여 부정적인 것을 빈정대고 비꼬아 주는 표현 수법”이 야유법인데, 이런 것을 교육적 목적을 지닌 학교 수업에서 가르쳐도 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남한의 학교 교육에서는 부정적인 것을 대놓고 교수 학습 내용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데, 북한에서는 그것을 교수 학습하는 것이다. 북한의 교육이 전쟁하의 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도 있어서 그런 것 같긴 하다. 

이미지=이관규 교수 제공

‘덧붙이, 앞붙이, 뒤붙이, 말뿌리’

앞서 학교 문법이 국어과에 통합적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학습 활동의 하나로 “문법지식을 새겨봅시다”라는 활동을 제시하면서 문법을 다루고 있다. 바로 문법 지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일정한 활동을 한 다음에 개념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남한의 탐구 활동 학습과 일맥상통하다. 

우리가 북한의 학교 문법을 논한다고 하는 것은 그냥 북한의 현재 학교 문법 실태만을 알아보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도 남한의 학교 문법 내용들과 비교 혹은 대조하는 방식의 서술이 이루어졌다. 그 안에는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 말소리 부분에서 ‘된소리되기’, ‘거센소리되기’를 활동 및 설명한 부분이 나오는데, 이 두 문법 용어는 남북이 정확히 일치한다. 남한 학교 문법에서 사용하는 접사, 접두사, 접미사, 어근 같은 용어들이 북한에서는 ‘덧붙이, 앞붙이, 뒤붙이, 말뿌리, 덧붙이’와 같은 고유어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게 눈에 띈다. 

이미지=이관규 교수 제공

이러한 작업은 결국 통일 시대를 준비하면서 통일 학교 문법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어떻게 하면 남북한 학생들이 동일한 우리말에 대하여 같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또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를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마음을 이 책에서 담고 있다.

 

 

이관규
고려대 교수·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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