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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혀냈다 “우정은 문화가 아니라 본능입니다”
과학이 밝혀냈다 “우정은 문화가 아니라 본능입니다”
  • 정민기
  • 승인 2021.07.14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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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과학
리디아 덴워스 지음 | 안기순 옮김 | 흐름출판 | 448쪽

DNA에 각인된 우정 코드
사회적 고립은 흡연만큼 안 좋다

부재가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최첨단 과학으로 밝혀낸 유대의 기원과 진화”를 다룬다.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리디아 덴워스가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종합하고 취재해 썼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더 나은 책’을 표방하는 노틸러스 도서상 금메달을 수상했고, 와튼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조직심리학)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리더십 도서’에 선정됐다. 가족사, 친구들 및 세 아들의 친구 관계 등 우정과 관련된 개인적 체험, 인문적 교양 지식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첨단 학문을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이야기로 성공적으로 녹여냈다는 평가다. 

오랜 세월 동안 우정은 과학이나 철학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정을 둘러싼 과학은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여러 학문 분야의 성과가 축적되고 융합되면서 그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 덴워스는 뒤르켐의 사회학 연구부터 볼비의 애착 이론과 로렌츠의 각인 실험, 다윈의 진화론과 윌슨의 사회생물학까지, 우정을 둘러싼 학문의 역사를 살핀다. 그리고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장류학, 면역학, 보건학, 유전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무엇보다도 최첨단 신경과학의 성과를 결합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인간과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끈끈한 우정으로 다져진 인간관계는 스트레스와 만성질환을 예방한다는 것. 사회적 고립은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것. 우정은 문화가 아니라 인간의 DNA에 각인된 본능이라는 것. 최근 뇌과학 실험을 살펴보면 우정을 담당하는 뇌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가장 활발하다는 것. 인간뿐만 아니라 원숭이, 돌고래, 심지어 물고기에게도 우정이 존재한다는 것.

사회가 변하면서 우정의 범위와 깊이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소셜 네트워크나 메타버스 같은 가상 현실 속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에 가상 현실 속에서의 우정은 더욱 진솔하고 허물이 없다. 하지만 쉽게 끊어지고 왜곡된 관계를 낳을 수 있다는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정이 본능이라면, 그리고 그 본능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인간은 병에 걸린 것처럼 괴로워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세계 속 우정을 더욱 건강하고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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