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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딜레마
중국 딜레마
  • 이지원
  • 승인 2021.07.0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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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사 | 288쪽

중국 전문 기자의 14년 취재, 연구를 집약한

현대 중국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이자

중국체제에 관한 친절한 입문서!

 

중국은 왜 이 길을 가고 있을까 

중국의 발전 모델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중국 전문 기자 박민희가 14년의 취재와 연구를 집약한 『중국 딜레마: 위대함과 위태로움 사이에서, 시진핑 시대 열전』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친중도 혐중도 아닌 눈으로, 현대 중국체제가 직면한 딜레마를 직시한다. 정치국 상무위원 왕후닝,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부총리 류허 같은 공산당 핵심 관리들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논리를 분석하고, 위구르인 라힐라 다우트, 인권변호사 왕취안장, 기업가 마윈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시장경제가 체제에 영합하고 저항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이 책은 ‘열전’의 형식을 빌려 현대 중국을 입체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2012년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한 이래 중국공산당은 시진핑에 대한 개인 숭배 운동을 벌이고, 당헌과 헌법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명시하고 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했다(2017년 19차 당대회). 같은 기간 동안 2000년대 이후로 힘겹게 자라난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을 철저하게 탄압하고 위구르와 홍콩에서 동화 정책을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2021년 7월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다. 2022년에는 20차 당대회를 맞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것이다. 왜 시진핑 시대 중국은 이 길을 선택한 것일까? 

저자는 2007년 중국 런민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한 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시진핑 시대의 개막을 목격했다. 이후 중국 전문 기자로 일하며 중국, 홍콩, 대만, 위구르 문제를 취재하고 연구했다. 이 책 『중국 딜레마: 위대함과 위태로움 사이에서, 시진핑 시대 열전』은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을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중국을 이해하는 특별한 안내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체제를 지키는 사람, 저항하는 사람, 영합하는 사람 

20인의 인물로 보는 21세기 중국 현대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동요했던 하루를 꼽는다면 2020년 2월 6일을 떠올릴 것이다. 코로나19로 중국이 혼란과 고통의 터널 한가운데 있던 그날 밤, 봉쇄 상태에 있던 후베이성 우한에서 의사 리원량이 숨졌다. 밤 9시 30분께 리원량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으나 곧 검열로 삭제되었다. 공식 발표는 다음 날 새벽 3시께 나왔다.

여론의 분노를 우려한 당국이 발표 시간을 늦춘 것이다. 리원량은 2019년 12월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며 공안에 잡혀가 처벌을 받은 뒤,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숨졌다. "사회에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유언과 같은 발언이 한동안 온 중국을 뒤흔들었다.' (32~33쪽) 

 

중국은 왜 이토록 불안에 사로잡혀 있을까? 중국공산당은 왜 이토록 작은 외침도 두려워할까? 시진핑 시대 중국의 행보는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누적된 빈부격차와 부패, 성장모델의 한계로 위기에 봉착한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을 새롭게 강화하려는 시도다.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은 마오쩌둥 시기에는 외세를 몰아내고 통일을 이루어서 건국한 것,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대에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것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들어 초고속 성장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고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빈부·도농·지역 간 격차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동시에 체제를 흔들었다. 공산당 지도부는 강해짐으로 새 정당성을 만들기로 했다. 

 

 

제국의 꿈과 민주의 불씨 사이에서 

빛과 어둠, 중국의 미래를 보다 

딜레마(dilemma)는 두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해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책은 시진핑이 주석에 집권한 2012년 이후를 ‘시진핑 시대’라 이름 붙이고, 중국이 제국의 꿈과 민주주의라는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과 결과를 상세히 살핀다. 저자가 직접 중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되짚어보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의 역사적 맥락과 기원을 되짚는다. 중국뿐만 아니라 위구르, 홍콩, 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혐중’은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막고, 중국 내부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는 위험한 현상이다. 혐중을 넘어 중국과 협력은 넓히되,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연대할 부분은 연대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어떤 나라도 거대하고 복잡한 중국을 외부의 압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중국 내부에서 스스로 개선하고 변화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수천 년 동안 중국과 어떻게 공존할까를 고민해온 이웃으로서 한국의 시민들은 중국의 현실을 진지하게 보고, 협력하되 할 말을 하고, 우리의 원칙을 지키면서 공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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