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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휴머니즘
영적 휴머니즘
  • 이지원
  • 승인 2021.07.0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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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희성 지음 | 아카넷 | 924쪽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아직 살길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에서 영성으로의 

과감한 전환이다. 영성이야말로 종교의 핵이다.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가 50여 년 동안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피력해 온 탈종교 시대의 종교론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의 학문적 역량을 총동원한 이 책은 저자의 학문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책이 될 수 있다는 심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지구적인 문명 위기의 탈출구는 무종교도 아니고 세속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영적 휴머니즘에 있다는 것이 종교를 두고 평생을 씨름해 온 내가 도착한 정착역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탈종교 시대에서 종교가 아직 살길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에서 영성으로의 과감한 전환이며, 영성은 종교의 핵”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간 그리고 성과 속의 경계를 넘어서는 제3의 길, ‘초종교적 영성’을 제안함으로써 유일신론을 넘어서는 ‘포월적 신관’을 제시한다. 인간 본연의 순수한 영성인 영적 휴머니즘을 회복하고 심화할 필요성과 종교의 유무를 떠나 개인의 진정한 ‘참 나’를 찾을 수 있는 열린 종교로의 전환을 거듭 강조한다. 

I부 ‘영적 휴머니즘’에서는 세속적 휴머니즘과 영적 휴머니즘을 비교하면서, 두 가지 형태의 휴머니즘이 지닌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이 손을 잡고 함께 현대문명을 주도해 나갈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II부 ‘성서적 신앙, 형이상학적 신관, 세속적 휴머니즘’에서는 세속적 휴머니즘이 등장하여 근대 문명을 주도하게 된 과정을 전통적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신앙의 성격과 붕괴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사상사적으로 고찰한다. 아울러 전통적 그리스도교 신앙의 붕괴와 정신적 공백에서 오는 위기, 특히 목적론적 세계관의 붕괴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근대 과학의 기계론적 사고와 세계관의 도전, 그리고 이로 인한 현대인들의 정신적 위기를 삶의 무의미성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고찰한다. 

III부 ‘자연적 초자연주의: 영적 휴머니즘의 신관’에서는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초자연주의적인 신관에 있다는 판단 아래 ‘자연적 초자연주의’ 신관 혹은 ‘포월적 신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적 신관을 제시한다. 자연적 초자연주의 신관에 따르면, 신에게는 양면적 본성(the bipolar nature of God)이 있어 신의 ‘로고스’와 ‘원초적인 물질적 창조력’이라고 불렀다. 이 두 개념은 신의 양면적 본성을 가리키는 말로서, 새로운 신관의 두 축이다. 둘은 물질과 정신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카르트적인 이원론적 사고로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IV부 ‘영적 휴머니즘의 길과 영성’에서는 새로운 신관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적 휴머니즘의 길과 영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한다. 첫째, 영적 휴머니즘의 길이 오늘의 세계를 주도하는 세속적 휴머니즘적 상식과 이성에 따른 가치들에 반하지 않고, 오히려 세속적 휴머니즘보다 더 성숙하고 힘이 있는 진정한 휴머니즘이라는 점을 논한다. 둘째, 영적 휴머니즘의 직접적인 사상적 토대가 되는 영적 인간관과 신관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는 영적 삶의 근본 성격을 논한 다음, 이러한 영적 휴머니즘의 영성을 가르침과 삶 속에서 실현한 영적 휴머니스트 네 명(예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임제 의현 선사, 해월 최시형)을 소개하고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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