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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누구인가…동상이몽의 표출 아쉬워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누구인가…동상이몽의 표출 아쉬워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5.02.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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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과학커뮤니케이션 심포지엄’(2005. 2. 3)을 보고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 국가적 화두로 자리 잡아 감에 따라, 과학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과학커뮤니케이션 문제다. 민주화 시대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 불가능하고, 제대로 된 과학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생략한 채 과학기술과 사회적 합의 문제를 풀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심리적 또는 경험적) 공감대를 벗어나면,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교적 일치된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과학자들의 적극적 참여와 과학저널들의 전문성 문제를 둘러싼 과학계와 과학언론계의 미묘한 심리전이 그렇다. 한편으로, 이러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역사가 일천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사의 일천함이라는 형식적 이유를 비집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학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현실적 고민과 딜레마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으로 2월 3일 서강대학교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이 주관한 ‘제1회 과학커뮤니케이션 심포지엄(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과학커뮤니케이션)’은 그러한 고민과 딜레마가 적나라하게 펼쳐진 장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 '제1회 과학커뮤니케이션 심포지엄'에서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역할, 현실, 그리고 발전방향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 사진제공: 과학정보신문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사이언스, 과학문화컨텐츠센터, 과학기술부 등 과학커뮤니케이션 문제의 주요 축을 이루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심포지엄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역할, 현실, 발전방향의 총3개 섹션으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 이상의 정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이 문제다. 협동과정의 주임교수인 이덕환 교수(화학)는 ‘우리 사회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현실’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연구 활동을 요구당하고 있는 이공계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과학기술자에게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까지 기대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업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 효율성도 지극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주자격인 언론과 출판계 종사자들이 과학적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좀더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

‘‘과학커뮤니케이션’의 발전 방향’을 발표한 이상목 과학기술부 국장도 연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는 과학기술자들의 일반적 경향을 예로 들며, 과학기술자의 주체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대신에 이 국장은 “과학기술자 집단과 일반대중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로 과학언론과 매스미디어, 과학문화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는 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 사진제공: 과학정보신문
반면에, 과학언론 종사자들은 이와 다소 대립적인 견해들을 제시했다. 김두희 동아사이언스 사장은 과학기자의 비전문성만을 비판하는 과학기술자들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과학기술자들이 과학기자들의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결국 과학자 스스로가 대중 앞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장재열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문화컨텐츠센터 소장도 과학부를 홀대하는 언론사들의 내부 반성을 촉구하면서도, 과학기술계가 미디어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은 좀 다른 현실적 근거를 제시하며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 활동을 요청했다. 안 논설위원은 “정치적 야심을 바탕에 깔고 사이비 과학을 통해 대중 선동적 행태를 보이는 일부 시민단체 등의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제도권 과학기술자들이 시민단체에 적극 참여하거나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의 중심적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상목 국장에 대한 지정토론자로 심포지엄의 마지막 발표를 한 김동규 건국대 교수는 과학저널리즘에 초점을 맞추며, “미디어 종사자들의 과학마인드 확산과 실천의지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심포지엄은 이견을 제시하는 각 주체들의 상호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내용 제시가 결여돼 현황 진단이 중심이 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현재의 상황에서 과학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과제를 확인하는 성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마련이다. 원론적인 지적이지만,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가 구체적인 후속 조치 마련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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