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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
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
  • 김재호
  • 승인 2021.06.28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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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 심재철 지음 | 학연문화사 | 240쪽

 

학문은 트래블 저널리즘에서 닻을 올렸다

저자가 강조하는 문구다. 저자는 미국과 한국에서 오랫동안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저널리즘을 강의한 사회과학자다. 그는 학문, 특히 인문학이 여행기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서양 과학의 아버지는 B.C 587년 일식을 예측한 그리스 탈레스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B.C 420년대 『역사(HISTORIA)』를 저술한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다. 헤로도토스에 앞선 저작들은 서사시나 희곡 같은 문학이었다. 개인의 상상력을 넘어 보고들은 대로 엄밀하게 사실을 기록한 첫 저술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다. 여기에서 역사(History)라는 단어도 생긴다. 헤로도토스는 책상물림이 아니다. 당연히 그가 쓴 『역사』는 책상 위 연구의 산물이 아니다. 멀리 북쪽으로는 흑해 연안의 스키타이 영역부터 동쪽으로 메소포타미아 유프라테스 강가의 바빌론, 남쪽으로는 이집트 나일강가 피라미드, 서쪽으로는 시칠리아까지. 당시 그리스 문명권에서 인식한 지구촌 전역을 탐방하며 얻은 견문의 기록이 『역사』다. 인류사 학문, 인문학의 출발은 트래블 저널리즘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미디어 저널리즘 학자가 본 세계 문화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 학자 심재철은 이와 같은 문명 인식 아래 ‘트래블 저널리즘’을 스스로 짊어질 학문의 새로운 영역이라 여기고 이번에 『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으로 그 막을 올렸다. 트래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일본, 에티오피아를 탐방하며 얻은 현지문물을 예리하면서도 따듯한 필치로 그려냈다. 여행지에서 만난 지극히 낯선 장면들은 저자의 성찰이라는 프리즘을 거쳐 가장 본원적인 ‘나’를 찾게 하고 내 안의 진정한 갈망을 깨닫게 해준다. 마음의 공백을 메우고 삶을 더 단단히 붙잡아 주던 여행의 기억이 팬데믹의 위력 속에 아스라해진 이즈음, 『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은 국경이 다시 열린 것처럼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바르셀로나에서 지중해를 바라보고 알래스카의 빙하 위를 걷다가 에티오피아의 산야를 오르며 여행이 주는 휴식의 즐거움과 함께 문명사적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지적 체험에 흠뻑 빠져든다. 

낯선 곳을 방문하고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며 새로운 것을 익히면 그것이 곧 삶의 즐거움이요 보람이다. 품을 들여 현장 특징들을 기록해 두면 그것이 곧 저널리즘의 기사요 학술 자료다. 돈으로 환원할 수 없는 여행의 가치다. 트래블 저널리즘(Travel Journalism)은 여기서 움을 틔운다. 심재철 교수의 트래블 저널리즘이 소중한 기억을 함께 나누며 꿋꿋하게 이 시간을 걸어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로 올여름 축복처럼 우리 곁에 다가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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