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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탄핵∙테러∙가택연금… 이란 대통령 수모史
[글로컬 오디세이] 탄핵∙테러∙가택연금… 이란 대통령 수모史
  •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21.07.01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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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의 뒤를 이어 오는 8월 3일부터 이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에브라힘 라이시 당선인. 사진=AFP/연합
하산 로하니의 뒤를 이어 오는 8월 3일부터 이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에브라힘 라이시 당선인. 사진=AFP/연합

 

지난 6월 18일, 이란의 이슬람 태양력으로는 1400년 호르다드(Khordad)월 28일, 이란 대통령 선거가 현 사법부 수장 라이시(Raisi)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임기는 8월 3일에 시작한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시작한 이래 이번까지 합하여 13번째 선거이고, 5명이 연임하였기 때문에 인물로는 8번째 대통령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이란의 대통령 역사도 이야기거리가 무궁무진하다. 1980년 2월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된 아볼 하산 바니사드르는 1년 4개월 만에 탄핵당한 뒤 공군기를 타고 몰래 프랑스로 망명하였다. 2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된 모함마드 알리 라자이는 한 달이 채 못되어 반정부 단체 모자헤디네 할그(Mojahedin-e Khalq)의 폭탄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혁명 직후 정정불안의 산물이다.

3대 대통령이자 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부터 이번 라이시까지 모두 6명의 대통령 당선인 중 이슬람 시아파 종교교육을 받지 않은 비종교인 민간인은 2005년, 2009년 대선에서 승리한 아흐마디네자드가 유일하다. 하메네이부터 현 루하니 대통령까지 5명의 대통령은 4년 임기를 마치고 모두 재선에 성공하여 8년 동안 이란 국가서열 2위 자리를 지켰다.

 

실권자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민선 대통령은 2인자

 

이란 대통령은 우리와 달리 국가원수가 아니다. 이란의 국가서열 1위는 이슬람교 시아파 성직자만 될 수 있는 최고지도자다. 군통수권을 쥐고 있고, 외교, 정보 등 국가의 대사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가 좌지우지한다.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뺨을 때린 일이 가능한 이유다. 국가서열 2위라지만, 군통수권이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통령은 내각을 구성하지만, 정보부 장관만은 최고지도자의 인가 없이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2011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기 인물을 정보부 장관으로 임명하려다 최고지도자와 불화를 겪었다. 11일간 대통령 업무를 거부하고 ‘결근 투쟁’까지 벌이면서 장관 임명을 고집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종신제 최고지도자의 권력이 막강하기에, 이란의 대통령은 ‘핫바지 사장’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이란 연구자 사이에서는 강하다. 그러나 민심을 반영한 직선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중적 지지도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1997년 하타미가 대통령이 되자, 호메이니의 2인자였다가 직언 때문에 눈 밖에 나 초야에 묻혀 살 수밖에 없었던 몬타제리는 하타미에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찾아가 ‘당신과 당신의 직책은 존중하지만, 나는 2천만 국민으로부터 표를 받아 당선되었으므로 국가를 운영해야겠소’라고 말하라”고 조언하였다. 물론 이 말 때문에 몬타제리는 가택연금을 당하고 재산을 몰수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란 대선은 헌법수호위원회의 출마 입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만 입후보가 가능하다. 헌법수호위원회는 12명의 법률가로 구성된다. 이슬람법 전문가이자 종교인인 6명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하고, 이슬람법을 잘 아는 일반법 전문가 6명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 추천하여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임기는 6년이다. 이번 대선 승자 라이시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다. 하메네이의 제자로, 스승을 잘 만나 혁명 이후 ‘꽃길’을 걸었다.

 

“물고기를 통에 던져 놓고 건지는 것은 낚시가 아니다”

 

2017년에는 1천636명 중 6명, 2021년에는 592명 중 7명의 합격자만 대선에 나섰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번 대선 심사에서 중도개혁파 후보를 중량감 없는 2명만 남기고 죄다 떨어뜨렸다. 심사탈락 이유는 모른다. 당선 유력 후보였지만, 심사에서 떨어진 전 국회의장 라리자니가 탈락 이유를 밝히라고 항의하였지만,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은 “심사법에 따르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이유를 밝힐 수도 없다”고 말하며 딱 잘라 거절하였다.

지난 5월 25일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미국은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도 누가 승자인지 모르는데, 이란은 선거 한 달 전에 이미 승자가 누구인지 안다. 이란이 선진국이다”라는 씁쓸한 이란인의 농담 아닌 농담이 인터넷상에서 돌았다. 이런 민심을 반영이라도 한 듯, 2021 이란 대선 투표율은 48.8%로 역대 최저다. 선거가 끝난 후 한 언론인은 이런 감상평을 내놓았다. “고기 몇 마리를 던져 넣어둔 물통에서 고기를 잡는 것은 낚시가 아니다. 그러나 ‘고기를 잡았다’고 한다면, 그래, 고기를 잡은 건 맞다.”

61.9%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지만 미국 제재 대상자인 라이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경제재건을 외치지만, 트럼프의 ‘대이란 최대압박 정책’이 몰고 온 환난의 길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쪼록 선거를 거부한 사람들까지 포용하여 민심을 수습하고 이란을 경제번영과 민주주의의 길로 이끄는 ‘라이스(Rais, 대통령)’가 되길 바란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이란 테헤란대에서 이슬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법무부 국가정황정보 자문위원이자 중동산업협력포럼 사무국장이며 주요 저작으로 『신학의 식탁』(공저, 들녘, 2019),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균열과 유라시아 지역의 대응』(공저, 민속원,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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