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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의 n승"을 꿈꾸는 윈터스쿨
"1000의 n승"을 꿈꾸는 윈터스쿨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5.0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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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잊은 실험실 풍경_동국대 양자기능반도체 연구센터(센터장 강태원)

체감경제지수가 점점 더 악화돼 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각종 첨단 기술분야를 둘러싼  제2의 벤처신화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경이로운 신화의 한가운데에 대학 실험실이 있다.

“보도 이후, 관련 기업들의 기술문의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동국대 양자기능반도체 연구센터(센터장 강태원)에 참여하고 있는 김득영 교수(반도체물리)의 말이다.
얼마 전, 이 센터는 기존 조명기구에 비해 10~15%의 전력을 절약하며 10만 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 백색 발광소자(LED)를 개발하고 곧바로 미국, 일본 등에 특허출원했다. 국내 조명기기의 13%가 이 백색 LED로 대체될 경우 연간 3조5천억원의 에너지 비용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니, 비전문가의 현실적 감각으로는 기술개발의 의의를 실감하기 어렵다. 그저 대단한 연구라고만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오히려 담담하다. “많은 연구실이 수행했던 연구이기 때문에, 누가 먼저 쓸만한 특허를 내는가라는 문제였을 뿐입니다. 단지, 많은 교수와 연구원들 그리고 대학원생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실험에 참가했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겸손의 말은 아닌 듯 하다. 센터 입구에는 1000의 n승을 표시하는 표지가 멀뚱하니 붙어 있다. 이는 2의 n승에 머물러 있는 기존의 반도체 기억소자를 1000의 n승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많은 연구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분주하게 연구와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센터안 풍경을 보면 ‘실험실에는 휴식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된다.

“방학이 되면 대학원생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개학했으니 열심히 실험하고 연구하자라고.” 방학 없는 방학을 빗댄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개학’을 한다. 여름방학때는 썸머스쿨이, 겨울방학때는 윈터스쿨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스쿨에서는 고가 연구장비 사용방법이나 장비를 이용한 분석방법 등이 교육된다. 매일 접하는 기기들이지만, 연구자의 상상력을 검증하고 현실화시키는 신체의 일부분과 같기 때문에 하루하루 새롭게 익히고 닦아야 한다. 

또한 국내 연구교수뿐만 아니라 벽안의 연구교수들로부터 최근 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와 관련된 주제 강연을 듣기도 한다. 협력교류 협정을 맺은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인도, 러시아 등 급부상하는 신기술개발강국들로부터 온 연구원들은 실험실의 열기를 그치지 않게 하는 미묘한 자극제다. 그들은 동료이자 스승으로서 실험의 동반 파트너이자, 동시에 세계적인 기술 경쟁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각인시켜 주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최초의 기술경쟁력을 강조하는 정부와 언론의 화려한 수사와는 아랑곳없이, 실험실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언래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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