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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순환 담보해줄 완충지대 보호와 팬데믹
생태계 순환 담보해줄 완충지대 보호와 팬데믹
  • 유무수
  • 승인 2021.07.0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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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색_『코로나 시대의 말과 글』 황영미 외 9인 지음 | 역락 | 278쪽

“1347년에 발생한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2천만 명이 사망했다. 1918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2천500만~5천만 명이 희생되었다.” 먼 과거에 이렇게 전염병으로 인류가 큰 위기를 겪었다는 내용을 세계사에서 읽을 때는 추상적 지식일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상황은 백신주사가 피부를 찌르는 구체적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2021년 6월 중순까지 전 세계에서 확진환자가 1억7천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385만 명에 달했다”라는 식의 내용이 세계 역병의 역사에 기록될진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의미”와 “이 어려운 상황에서 바람직한 삶의 태도와 의지”를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상식을 담고 있다.

팬데믹 사태의 기원은 모두 동물과 관련되어 있다. 동물은 병원체를 몸속에 갖고 있으면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됨으로써 전염병이 창궐하게 됐다. 생태계의 순환을 담보해줄 완충지대가 파괴되면 전염병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홍성민 한국외대 교수(철학과)가 쓴 이 책 1부 ‘팬데믹 시대와 생태 지혜의 실천’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정도를 통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홍성민 교수는 지구를 단일한 생명체로 인식하는 심층생태주의의 선구자 내스(1912∼2009)와 성(誠)의 태도로 자연 만물을 배려하자는 격물설을 제안한 주자(1130∼1200)를 인용하여 생태 중심의 세계관을 조명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돌아가고자 하는 속성을 지녔다. 인간이 자신의 신성한 자아를 아주 망각한 수준의 마비된 감성으로 자연을 대할 때 자연은 고통을 겪는다. 그 고통이 축적되면 자연은 원래 모습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을 친다. 그 몸부림은 세계사에 기록될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천박한 이기주의와 과학만능주의를 절제하고, 공감과 연민과 이해와 실천으로 생태계를 존중해야 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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