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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생리학
부르주아 생리학
  • 이지원
  • 승인 2021.06.2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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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모니에 지음 | 김지현 옮김 | 페이퍼로드 | 184쪽

19세기 파리지앵을 사로잡은 단 한 명의 부르주아 

앙리 모니에가 직접 그리고 묘사한 

부르주아의 우아하고도 치졸한 일상 

“자기 자신을 관찰할 줄 아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속물” 

발터 벤야민은 그를 두고 생리학의 ‘거장’이라 지칭했다.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책 『기술복제시대의 예술 작품』(1935)에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술 작품의 ‘아우라’가 붕괴되었다고 말한다.

더는 루브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모나리자를 볼 수 있고 원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이전의 예술 작품이 신과 종교를 중심으로 한 숭배의 의미를 지녔다면 이제는 작품의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지고 그 독창성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복제의 차원을 넘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과 계급이 붕괴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신흥 귀족 집단이라 불리는 ‘부르주아’다. 이들은 자신들이 견고하게 쌓아온 부와 권력이 무너지는 걸 원치 않았다. 여전히 예술작품에 ‘아우라’가 존재한다고 믿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신성화시키길 원했다.

벤야민은 이러한 상류층의 태도를 ‘예술에 관한 속물적 관념’이라 비판했는데, 이렇듯 부르주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던 벤야민이 인정한 부르주아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풍자화가이자 삽화가, 희극작가이자 연극배우였던 앙리 모니에다.

당시 프랑스는 대혁명 이후 정치적 지형은 물론 삶의 양식마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때 대중들은 새롭게 등장한 인간 군상에 대한 해석에 갈증을 느꼈는데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킨 게 풍속 연구 중 하나인 ‘생리학’ 시리즈였다.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은 책자에는 다양한 인간 종을 묘사한 삽화와 날카로운 묘사로 가득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생리학 시리즈의 필자로는 발자크 같은 유명 작가는 물론, 수많은 저널리스트, 신문 소설과 대중 소설 작가까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직접 삽화를 그리고 글까지 썼던 시대의 천재 앙리 모니에는 단연 돋보이는 필자였다. 벤야민은 그를 두고 “자기 자신을 관찰할 줄 아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속물”, “생리학의 거장”이라 지칭하며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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