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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대응, 정부 기관과 교수 단체 대토론회
전례 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대응, 정부 기관과 교수 단체 대토론회
  • 박강수
  • 승인 2021.06.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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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개혁을 위한 국∙사립대 대토론회① 국공립대 위기 극복과 개혁 방안
18일 국공립대 대토론회 기조 발표자로 나선 오홍식 국교련 상임회장. 사진=경상국립대
18일 국공립대 대토론회 기조 발표자로 나선 오홍식 국교련 상임회장. 사진=경상국립대

 

“지난 20년간 대통령 위원회와 대학교수단체가 정식으로 이런 행사를 한 전례가 없었다. 그만큼 대학교수단체가 국가 기관들을 활용하지 못했고 또 국가기관이 고등교육을 너무 등한시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토론회를 준비했다.”

대통령 소속 자문 기구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상한 경상대 교수(행정학과)는 18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국공립대 대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토론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고등교육의 위기 신호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정부 정책자문기구와 행정부처, 교수 단체가 한 데 뭉친 것이다. 이번 행사는 국공립대 개혁 방안을 논의한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오는 24일 사립대 토론회를 거쳐 8~9월 중 서울에서 열리는 종합 토론회로 이어진다. 최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정책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중앙행정부처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여서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 제정해 대학 자율성 회복해야”

 

첫 발제를 맡은 오홍식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제주대 교수)은 대학의 위기만큼이나 오랫동안 강조돼 온 국립대 개혁안 목록을 하나하나 짚었다. 내역을 살펴보면 △국공립대학법 제정 △중장기적 교육정책 수립 위한 대학정책 거버넌스 설립 △국립대학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한 재정 지원 안정화 △국립대학 교수 급여 개선 △국공립대 무상교육 △교원단체 관련 법률 정상화 등이다. 오 회장은 “교육제공자와 수요자의 입장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부의 한계는 늘 지적돼 왔다”면서 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교육부가 단기 성과 지표로 대학을 사안별 평가, 감사하고, 교육부 사무국장제도를 통해 부처의 관료행정적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상황에서는 국공립대학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설명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공립대학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국공립대학법에 “연구와 교육, 사회 봉사 등의 주체로 교원의 역할을 명시하고, 대학 구성원 단위 자치조직을 활성화해 주도적 역할을 부여하며, 목적성 사업을 통한 성과 중심 지원이 아닌 일반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대 교원 확충은 국가의 의무”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섰던 차정인 부산대 총장 역시 국립대학법안의 세부 법령을 하나하나 짚으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차 총장은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서 구성한 국립대학법 연구회의 연구책임자이기도 하다. 연구 결과 마련된 총장협의회의 국립대학법안에서 차 총장이 주목하는 변화는 둘이다.

첫 번째는 교원 정원 확충이다. 차 총장은 “전에는 전임교원 확보 의무의 주체가 대학이었는데 이것을 국가로 바꾸었다”면서 “전임교원 확보율 미달로 각종 불이익을 받아야 했던 불합리를 개선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할 최소 교원 수를 25% 가량 늘렸다. 차 총장은 “현재 교원산출기준은 1996년 대학설립운영규정이 제정된 이후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한국의 국립대학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7.4명으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교원 충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재정 지원 확대다. 인건비, 시설확충비 등 목적에 맡게 칸막이를 나눠 지원하던 것을 전체 총액으로 지원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대신 집행의 책임성과 감사를 강화했다”는 것이 차 총장의 설명이다. 또한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국립대 재정지원분으로 명기해 “모든 국립대의 학생 1인당 국고지원액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차 총장은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국고지원액도 OECD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국공립대 집중 육성을 위해 필요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경상국립대 유튜브 생중계 캡처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아울러 차 총장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지역인재 채용의무제도 확대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현재는 해당 기관이 속한 지역 인재 할당 비율만 30%인데 여기에 비수도권 지역 채용에 대한 비율 20%를 확충해 총 50%로 늘리는 방안이다. 차 총장은 “전공 분야에 따른 지역인재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도시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

차 총장은 토론회 말미에 “10~20년 동안 해오던 이야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 많은데 그만큼 지역대학, 국립대학 문제가 종합적이고 복잡다단하다는 것이다”라며 개혁의 어려움에 대해 첨언했다. 그는 “당장 우리가 국립대 발전 얘기하면 사립대도 반대하고 초∙중등 교육감도 반대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다. 토론회를 많이 하는데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은 무엇이고 그 방법론은 무엇인지 여기에 집중해서 논의했으면 한다”고 꼬집으며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쟁 아닌 공유∙협력이 고등교육 정책 방향”

 

토론자로 참여한 교육부의 이강국 국립대학정책과장은 “교육부 과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주신 말씀 잘 담아가서 고등교육 관련 부서에도 공유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 과장은 이어서 “국립대 지원 예산을 꾸준히 확대해 2017년 2조4천억원에서 2021년 3조3천억원까지 늘렸으나 여전히 거점 국립대는 수도권 주요 사립대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가 80%에 그치는 등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토론회에서 제안된 “국립대학재정교부금 제도, 특별회계 설치 방안 등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국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이강국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장. 사진=유튜브 생중계 캡처

 

또한 이 과장은 “국립대법안 제정과 별도로 기존에 목적 별로 나눠 지급됐던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합해 총액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며 “서울대, 인천대처럼 국립대 법인 수준의 재정운용 자율성,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제 고등교육 정책 방향은 대학 간 경쟁이 아닌 공유∙협력∙동반성장에 중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공유성장형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립대가 국가교육발전과 지역혁신의 중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책기획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국가교육회의 등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후원하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주최로 치러졌다. 토론회는 경상국립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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