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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경쟁력 있는 농촌만들기
화제의 책_ 경쟁력 있는 농촌만들기
  • 최철규 기자
  • 승인 2005.01.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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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회의 환경과 기능’(임형백·이성우 공저, 서울대출판부 刊, 2004, 608쪽)

전통적 기능주의에 의하면, 한 사회에서 농촌은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때 농촌과 농업은 거의 동의어로 인식된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 등의 세계적인 시장경쟁성의 압박은 농업이라는 농촌사회의 종래의 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 그렇다면, 농업이 사라짐에 따라 농촌도 사라지는가.

이 책의 저자들은 농촌의 소멸을 예언하기보다는,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는 농촌만의 가치들을 개발해서 농촌을 활성화하고, 사회에서 농촌의 역할을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경쟁력을 갖춘 농촌의 잠재적 가치를 활성화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기존에 농촌 살리기에 쏟았던 국가의 접근 방법과 극명히 대비된다.

농촌 활성화에 대한 국가의 시각은 농업과 농촌을 식량 공급지로서의 공익적 기능으로만 국한시키고, 농업의 붕괴로 인한 농촌의 위기를 공공재 공급지로서의 기능 실패로 규정한 것에 기반한다. 따라서 정부의 접근 방식은 공공재를 회복하기 위한 공적 자금 투입식 정책 개입이었다.

반면에 저자들은, “녹색 공간,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수려한 경관, 전통 문화” 등과 같은 ‘쾌적성 요소’라 할 수 있는 농촌공간에서의 환경이 시장에서 독특한 가치평가 요소로 기능할 수 있음에 주목한다. 도시화의 증가에 따라 이전에는 무임승차가 가능한 공공재적 성격의 것들이었지만, 현재는 경제성장과 여가 시간의 증대로 인해 개별 소비자들의 지불의사에 의해 구입 가능한 재화로 변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은 우선적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농촌의 새로운 기능 설정과 미래의 농촌 공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간 산업구조로서의 농촌 변화 문제는 단순히 산업 및 인구변화에 따른 정태적 분석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들은 농촌만을 고립된 분석 대상으로 삼던 기존의 연구방법에서 벗어나 농촌의 변화를 촉발하는 또 다른 축인 도시의 인구 및 산업 활동의 변천에 대한 고려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 분석은 새로운 농촌사회의 기능 변화를 도시의 기능변화와 연계시켜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틀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농촌의 문제를 도시와 연계시키거나, 사회 전체의 구조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좀더 세세히 논의돼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 예컨대 ‘쾌적성 요소’에 대한 ‘지불의사’는 ‘지불능력’을 전제로 한다. 도시민들이 전체로서의 잠재적 수요자라기보다는, 수요 가능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에 대한 분별적 이해를 통해 그러한 수요의 양극화 현상이 향후 사회내서 농촌의 역할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잠재적 수요자들의 쾌적한 가치에 대한 추구를 경제적 소비활동으로 전환시키거나 유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이나 정책이 모색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폭넓은 학제적 접근을 통해 분석돼야 할 것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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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과학도 2005-01-13 11:15:52
농촌출신 사회과학도로서 농촌문제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매우 유익한 책을 발견했네요
당장 서점가서 사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