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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확진자 가장 많은 대륙, 남미는 왜?
[글로컬 오디세이] 확진자 가장 많은 대륙, 남미는 왜?
  •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6.24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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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오디세이_경희대 국제대학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은 브라질에서 남미 최대 축구 대회 '코파 아메리카'가 진행 중이다. 이미 참가국 선수단과 코치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은 브라질에서 남미 최대 축구 대회 '코파 아메리카'가 진행 중이다. 이미 참가국 선수단과 코치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콜롬비아의 세계적인 문호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인내와 헌신적인 애정이 행복한 결말로 보상받는다는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러브 스토리 이면에는 사회적 불평등, 고착화된 계급구조, 부정부패, 환경 이슈 등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이 자리하며, ‘콜레라 시대’는 이 모든 것들을 상징한다.

전대미문의 COVID-19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던 2020년, ‘코로나 시대의 라틴아메리카’가 열렸다. 2020년 3월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7월 초를 기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보유한 지역이 되었다. 2021년 6월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은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환자가(총 3천3백만명) 발생한 나라다.

최빈국도 거의 없고 비교적 중간 수준 소득의 국가로 구성된 라틴아메리카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코로나19에 심한 타격을 입은 원인은 무엇일까? 무너진 공공 의료체계, 정부의 무능과 저소득층에 대한 안일한 정책, 수년간 저성장에 따른 경제침체, 고착된 불평등 구조 등을 들 수 있겠다.

 

의료 인프라 붕괴∙정치 실패∙경기 침체

 

첫째, 대규모 감염병에 속수무책인 부실한 공공의료체계를 들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전 세계 병원의 22%가 몰려있을 정도로 병원 수가 적지 않지만 개별 병원의 규모가 작고 병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독일이 8.3개인데 반해, 아르헨티나 2.4개, 도미니카 공화국 2.3개, 페루의 경우 1개에 불과하다. 감염병을 진단하기 위한 진단장비나 키트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니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제 때 환자를 검진할 수 없다. 의료인력도 양적 질적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환자 치료에 투입되어도 적절한 병원 시설이나 방호복, 산소 마스크 등의 장구도 부족하여 의료진들조차 감염병에 그대로 노출된다.

둘째,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언어적 수사로 대응할 뿐 실행하지 않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 코로나19바이러스가 브라질에 처음 도달했을 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SNS를 통해 “터프한 브라질 국민에겐 가벼운 감기 정도”라며 대응은커녕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데 앞장섰다.

셋째, 팬데믹 이전 5년간의 역내 성장률이 0.4%에 불과할 정도로 라틴아메리카 경체는 침체 일로에 있었다. 게다가 국가간 이동이 막혔으니, 1차 산물 수출, 관광이나 송금 등 서비스 산업 및 세계화의 외부요인에 의존도가 큰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바닥난 재정여력 탓에 대규모 방역 프로그램을 가동한 수단도, 의료진의 희생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평등 강화하는 방역 조치, 취약한 산업구조

 

넷째, 바이러스는 라틴아메리카의 빈곤과 불평등 구조를 타고 확산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폐쇄 또는 이동제한조치(lockdown)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실효적인 방역 수단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서민경제에도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고용의 반 이상이 비공식부문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선 하루 벌어 먹고 살아야 하는 저소득층, 특히 도시 빈민들은 가만히 ‘집에서 굶어 죽는냐,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하며 돈을 벌다가 바이러스에 걸리느냐’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한국과 같은 비대면 활동으로의 전환은 꿈같은 이야기 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대안적, 포용적 발전의 모색만이 살길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의 정립을 위한 정책 비전의 수립에서부터 각 섹터 단위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출 농산물 및 식량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내 가치사슬에서 육성이 가능한 바이오 산업의 중간재 산업을 키우는 등의 길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어떻게 빠르고 혁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 라틴아메리카 정치권의 면면을 보자면 전망이 그리 밝다고 보기 어렵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영국 리버풀대학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이자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 부회장이며, 주요 저작으로 『The World Before and After COVID-19』(공저, IIES 2020), 『떠오르는 브라질, 변화의 스토리』(역서, 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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