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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그려낸 소녀
시대가 그려낸 소녀
  • 이지원
  • 승인 2021.06.1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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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지음 | 소명출판 | 334쪽

순정만화는 매우 독특한 만화 장르다. 만화의 창작자 대부분이 여성이며 독자들 역시 대다수가 여성이다. 이처럼 서사물의 대상을 성별로 한정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일본에는 순정만화와 유사한 장르로 ‘소녀만화’가 존재한다. 이 책은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역사에 관한 연구서이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며 1장에서는 한국과 일본 근대만화의 등장과 발달 그리고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탄생에 대해 다룬다. 2장에서는 순정만화와 소녀만화가 하나의 장르로 확립되는 과정과 표현 미학에 관해 서술하는 한편, 그 변화를 시대별로 정리한다. 3장에서는 1989년 이후 순정만화의 중심에 있었던 만화 잡지의 성장과 흐름을 서술하고 여성 캐릭터의 특징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웹툰 시대의 변화를 통해 순정만화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순정만화의 재평가 

이 책의 출발점은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시각적 표현의 유사성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오랫동안 순정만화를 소녀만화의 아류로 취급하게 하는 원인이었다. 이 책은 유사성만 강조할 뿐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막연한 영향 관계 이상의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선행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저자는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유사성은 무엇인지, 소녀만화가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짧은 시간에 한국의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무엇인지, 과연 아류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비슷한 것인지, 순정만화만의 고유한 특징은 없는 것인지 등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소녀’의 탄생과 소녀만화-일본 소녀만화의 계보 

일본에서 ‘소녀’라는 단어에는 대단히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본래 ‘소녀’는 근대 교육제도의 확립으로 등장한 여학교에서 중등교육을 받는 학생을 이르는 표현이었다. 소녀는 소녀잡지와 소녀소설, ‘서정화’라는 독특한 일러스트와 함께 형성되었다. 저자는 소녀문화가 소녀만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다양한 자료의 분석을 통해 정리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초기 소녀만화와 순정만화의 관계를 고찰한다. 

 

만화 연구의 새로운 시도 

저자는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분석했다. 한국 최초의 순정만화인 한성학의 ?영원한 종?(1958)부터 1990년대 순정만화까지 다양한 작품의 특징과 의미를 서술했다. 소녀만화의 경우, 1940~60년대 소녀잡지의 연재만화를 중심으로 고찰했다. 그리고 이들 작품의 시각적 표현과 서사에 대해 그 흐름과 시대별 특징을 사회문화적 시점에서 분석하고자 했다. 

 

저자는 만화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물론 만화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을 위한 교양서로도 읽힐 수 있도록 순정만화와 소녀만화, 그리고 만화 전반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역사와 흐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언급했다. 이 책은 순정만화와 소녀만화 장르를 본격적으로 논한 첫 번째 학술서라고 할 수 있다. 만화에 관한 종합적이고 세부적인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매우 의미 있는 연구서인 것이다. 순정만화와 소녀만화의 역사를 정리하고 특징을 비교한 이 책은 향후 한국과 일본 만화 비교 연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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