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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이지원
  • 승인 2021.06.1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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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80쪽

“우리의 생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매순간의 한계를 알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하십시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금 하십시오. 미루어 놓은 내일이라는 날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요한 바오로 6세 

 

 

아직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저자 리디아 더그데일은 하룻밤 사이 어느 암 환자가 세 번이나 죽는 것을 목격했다. 두 번의 심폐소생술 끝에 세 번째로 살아난 환자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에 멍이 든 채로 결국 숨을 거두었다. 암세포에 잠식당한 몸은 치료를 견뎌낼 힘이 없었음에도 환자와 가족들은 끝까지 치료를 고집했다. 과연 이 죽음이 그의 빛났던 삶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제대로 죽지 못한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이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 앞에 선다. 나이가 많든 적든 마찬가지다. 오래 병원을 들락거리는 사람조차 언젠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도 영원히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을 부추긴다. 획기적인 수술과 시술, 연명 치료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명은 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품에서 평안하게 맞는 죽음은 더 이상 주위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집에서 쓸쓸하게 죽어가며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이제는 일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투자, 자기 계발, 부업 이야기를 하며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만 골몰한다. 죽음은 모두가 꺼리는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어떻게 하면 잘 살까 이 두 가지 질문이 다르지 않다고. 좋은 죽음이란 곧 좋은 삶에서 비롯된다고. 

‘공동체’를 떠올려 보자. 살아 있을 때나 죽을 때나 인간에게 공동체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도 때로는 곁에 있을 사람이 필요하고, 혼자 살더라도 죽은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 공동체 외에도 의료, 종교, 공공 서비스 등을 활용한 다양한 공동체와 함께한다면 일상이 더욱 풍성해질 뿐 아니라 죽음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결코 삶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 살기 위한’ 모든 일상의 소소한 노력은 잘 죽기 위한 연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언젠가 모두가 죽음 앞에서 던지게 될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잘 준비한 마지막은 오늘 당신의 삶을 한층 더 행복하고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오직 죽음만이 가르쳐주는 것들 

죽음이라는 거울로 삶을 비출 때 인생은 비로소 ‘진짜’가 된다. 진정 원하는 것, 진짜 내가 드러나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명확해진다. “내가 죽을 때 가장 후회할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오늘 해야 할 일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죽음만이, 그 유한함만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이 유한성을 상기하는 것이 좋은 죽음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하루를 허비하다 보면 막상 죽음이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제대로 맞이할 수 없다. 결국 후회와 아쉬움만 가득한 마지막을 맞게 될 것이다. 

지금은 기운이 넘치고, 이 젊음이 영원할 것같이 느껴질지 몰라도 날마다 죽음은 우리 앞으로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 사고로 거의 죽을 뻔했다 돌아온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죽음이라는 강렬한 경험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다. 우리가 죽음을 공부하고 유한함을 일깨워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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