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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삼계일기' 출간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삼계일기' 출간
  • 이승주
  • 승인 2021.06.16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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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지역 현대사를 규명하기 위한 자료 출간 작업 추진
- 그 첫 번째 성과로 1950년대 임실 지역주민의 생활세계를 밝혀줄 '삼계일기' 및 연구 해제 출간

한국, 일본, 중국의 제국주의-식민지 체제로부터 시작된 20세기 동아시아의 심성체제 비교 연구를 수행 중인 「전북대학교 쌀·삶·문명연구원」(원장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이정덕 교수)에서 임실 지역 현대사를 밝혀줄 일기 자료를 발굴하여 약 1년 동안의 독해·입력 작업을 거쳐 출간하였다.  
이와 함께 「쌀·삶·문명연구원」의 연구원들은 일기의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독자들의 일기 읽기를 안내하기 위한 해제집을 함께 출간하였다. 
'삼계일기'는 그 동안 한국사회의 현대사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1950년대를 생활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이 출간한 '삼계일기' 표지

* 임실군 삼계면 병사계 직원의 일기, 국가와 주민 사이의 낀 공무원의 애환이 담겨. 
 
'1950년대 공무원 이강운의 삼계일기'(이하 '삼계일기')는 1951년부터 임실군 삼계면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1987년 삼계면장으로 공직을 퇴임한 이강운(1931-2015) 옹이 쓴 자신의 생활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20대 초중반의 청년 시절인 1954년부터 1957년까지 4년 동안의 생활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간 동안 저자는 삼계면사무소에서 병사계 직원으로 일했다. 
'삼계일기'에는 청년 면서기의 직장에서의 업무와 그에 대한 저자의 느낌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당시는 휴전협정이 체결된 직후여서, 공식적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지역에서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는 고갈된 자원의 대부분을 주민에게서 충당하고 있었다. 면사무소는 국가의 권력이 주민에게 전달되는 가장 말단의 행정기관이다. 이른바 ‘약탈국가’로서의 신생국가의 강제와 억압이 면사무소를 통해서 농촌 마을 주민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내용 및 그 양상이 '삼계일기'에 세세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가난한 고향사람들에게 물질적 자원의 납부와 노동력의 강제 동원을 요구해야 하는 젊은 공무원의 고뇌와 애환이 기록되어 있다. 

* 가족과 친족 공동체 속의 생활세계를 보여줘.

'삼계일기'에는 혈연 공동체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농촌 마을사회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추석, 설 명절 뿐 아니라 제사, 혼인, 장례 등의 의례가 혈연 중심으로 전개될 뿐 아니라, 그러한 의례들이 친족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명절마다 저자는 고향을 찾아가는 기쁨을 일기에 한껏 드러내고 있다. 저자의 고향은 오수면 신기리로 삼계면에서 10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향에 갈 때마다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을 겪으면서 농촌 공동체도 해체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이미 고향을 떠난 친지와 친척들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일이 더 즐겁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떠난 고향에서 친족 공동체가 처하게 되는 어려움도 많았다. '삼계일기'에는 장손이 서울로 떠난 이후 백부를 모시고 살던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홀로 남게 되는 백부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집안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자식교육에 대한 열의와 걱정, 농업의 쇠퇴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농촌 살림살이,  주민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점점 늘어나는 빈집 등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농촌사회의 변화를 착잡하게 바라보는 한 농민의 시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이 일기는 한국사회의 현대사가 지역 농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기록인 동시에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때로는 순하게 또 때로는 거칠게 대응하고 적응해온 한 농촌 주민의 삶의 기록이다.    

* 농촌 마을사회의 구성과 질서 그리고 변동에 관한 기록

'삼계일기'는 행정기관과 마을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록이다. 국가는 면 행정기관을 통해서 마을 주민으로부터 각종 세금과 공과금, 성금을 징수하고, 군인, 노무자 등의 노동력을 동원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 정비, 식목, 각종 공사에도 주민의 노동력을 강제 동원하였다. 국가는 가능한 한 많은 물적, 인적 자원을 동원하려 하고, 주민들은 어떻게든 납부하는 금액을 줄이고 노동력 동원을 피하고 싶어 한다. 면 공무원들은 마을로 징수와 동원을 위해 출장을 나가서 합법적 권력을 행사하지만, 마을주민들의 협력이 없으면 공무원의 노력은 대부분 허사가 되고 만다. 따라서 국가는 마을의 조직과 단체를 장악하려 하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공동체 조직을 유지하려 한다. 
'삼계일기'는 마을의 조직적 질서를 이장을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이를 면사무소의 통제 아래 두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장 조직은 절반은 행정조직질서 속에 편입되어 있으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마을 공동체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이장을 비롯한 마을 조직이 행정기관의 정책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여전히 주민의 의사를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마을의 생활세계와 조직적 질서의 구성과 그 변화 과정을 '삼계일기'는 보여주고 있다. 

* 지역 현대사의 연구의 자료화,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심성체제 비교연구를 수행할 계획 

「전북대학교 쌀·삶·문명연구원」은 책임연구원 이정덕(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인류학, 사회학, 농업경제학, 여성학을 전공하는 10명의 연구진과 2명의 보조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부터 제국-식민지 체제 이후 동아시아의 사회변동을 심성체제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일기를 비롯한 개인기록 자료는 동아시아 민중의 삶, 그리고 그들의 태도와 인식의 세계를 분석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 중 하나이다. 본 연구원은 개인기록을 통한 동아시아 민중의 심성체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작업의 작은 성과를 2021년 11월에는 한·중·일의 학자들이 모여 개인기록을 통한 비교분석의 연구 성과를 나누는 소박한 「국제학술대회」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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