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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말하는 2005년 소망
교수들이 말하는 2005년 소망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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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인정하는 사회 희망…“대학 본연의 임무 다하길”

인간이 구획한 시간과는 무관하게 長江은 흘러가지만 새로운 시간은 늘 희망을 갖게 한다. 그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삶을 옥죄던 사슬도 쉽게 풀러질 것만 같다. 새해 첫 날, 바다를 박차고 떠오르는 태양이 늘상 보아오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5년을 맞이하는 교수들은 새 시간을 어떤 희망으로 채우고 있을까.

교수신문이 지난 12월 15일부터 21일까지 교수 1백62명에게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이 한국사회가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랬고, 대학 및 교수사회는 ‘대학 본연의 임무를 충실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연구와 집필’을 가장 큰 바람으로 꼽았다.

‘2005년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교수들은 을유년 한국 사회가 ‘차이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사회’(27.2%)가 되기를 바랬다. 박경숙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 내부적으로 차이가 인정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나와 다름을 견디지 못하고 편을 가르고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가 을유년에는 사라지기를 원했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도시공학)는 한 걸음 나아가 ‘통 큰’ 대화를 주장했다. 황 교수는 “큰 비전의 실현을 위해 한 발 물러서서 대화하고 타협할 줄 아는 사회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 전 영역에서 원칙과 상식이 통해야”

교수들은 또, 정치·경제·사회 전 영역에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2005년’(24.1%)을 소망했다. 땀 흘리고 노력한 자에게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고, 과정이 무시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영희 고신대 교수(수학)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이 실망과 위화감을 느낀다”라고 말하고, “부동산을 통해 돈버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대성 경상대 교수(법학)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절차적 정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생계형 자살이 늘어나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상황이 다른 무엇보다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수들은 ‘경제 안정과 취업난 해결’(16.7%)을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로 꼽기도 했다. 서원명 경상대 교수(농업공학)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깨지고 부와 기회가 고르게 나누어지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라고 말했고, 권오진 대구대 교수(물리학)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내수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대학과 교수사회에 대해서는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을까. 교수들은 ‘2005년 대학 및 교수사회에 대한 바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임무로 돌아오는 것’(32.7%)이 제일 큰 과제라고 답했다. ㅎ대 이 아무개 교수의 경우 “연구비 받아서 외국인을 초청해 이름을 실어달라고 하는 연구 말고 진짜 자기 혼자 힘으로 열심히 연구하자”라며 자각을 호소했다.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학)는 “조용히 홀로 앉아서 수도하듯 공부하는 진정한 학자들이 언론에서 이름을 날리는 논객 지식인들과 견주어 정당한 대접과 존중을 받는 것이 소망이다”라고 말해, 매명보다는 진중한 연구풍토가 존경받기를 기원했다.

이한규 인제대 교수(교육학)는 ‘연구’에 매몰된 학계풍토를 지적하고 학생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류의 삶의 질을 바꿀만 한 획기적인 연구도 있겠지만, 교수 개인의 연구업적을 쌓기 위해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라며 이러한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우수한 신입생을 뽑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우수한 졸업생을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이 대학답고, 교수가 교수답기 위해서는 ‘대학 자체가 합리적’(27.2%)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학사회에서 행해지는 구태의연한 잘못된 관행이 자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대학내에서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천희 청주대 교수(전자공학)는 “대학의 정도운영으로 백년지계를 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또, ‘합리적이고 존중받는 교수사회’(18.6%)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수 개인의 비리가 종종 언론에 보도될 뿐만 아니라, 교수사회가 하나의 기능집단으로 전락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돼가고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동진 경북대 교수(사회학)은 “공공적 지식인의 역할은 외부지원없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영역이고, 이를 위해 대학과 교수사회 자체의 공론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존중받는 교수사회 되길”

교수들은 “2005년 개인적인 바람‘을 묻는 질문에 대해  ‘탁월한 연구성과를 내고 집필하는 것’(35.8%)을 최대 소망으로 손꼽았다. 학문을 업으로 삼은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일인 것. 박찬수 동덕여대 교수(철학)는 “연구 서적 발간으로 진정한 독자적 학문태도를 설정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의전담 교수여서 연구는 늘 뒷전으로 미루어왔던 까닭에 이에 대한 갈증을 푸는 것을 을유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잡았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언론정보)는 자신의 학문적 업적이 국제적으로도 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교수는 “수준 높은 영문 논문으로 국제학회와 학술지로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자로서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한 법. 시간강사들은 ‘불안한 신분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11.7%)고 한 목소리를 냈다. 보따리 장사나 생계형 번역으로는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지겹게 지적돼 온 사실. 최진묵 한남대 강사(중국고대사)는 “계약직 성격의 시간강사 생활을 마감하고 정규직 형태의 취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소망이다”라고 말했다. 정규직 교수들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행정잡무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랬다. 조명화 서원대 교수(중문학)는 “평가에 대비하라, 학생 취업시켜라, 입시에 신경써라 등 총장과 이사회등의 ‘닥달’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이 모든 일을 가능케 하는 ‘본인의 건강과 가족들의 안녕’(9.9%)도 중요한 바람. 문지영 숙명여대 교수(서양사)는 “나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서로 믿음과 진실이 교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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