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사후, 인도정부는 그가 생전에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들과 그 자신이 운영한 ‘인디언오피니언’, ‘영 인디아’, ‘하리잔’ 등의 주간지에 실었던 평론과 많은 연설문들을 묶어 총5만여쪽 분량의 ‘간디전집’을 펴냈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로 퇴임한 라가반 이예르는 이 전집에서 핵심적인 글만을 추려냈는데, 소명출판에서 ‘문명, 정치, 종교’, ‘진리와 비폭력’, ‘비폭력저항과 사회변혁’으로 나누어 각각 상하권으로 출간한 이번 시리즈는 이의 번역본이다.
사실, “내 인생 자체가 내 메시지”라고 했던 간디는 진리와 비폭력이 책을 요구하지 않으며 행동만이 가장 위대한 표현이고, 그것들이 실천에 의해서만 보급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는 생전에 ‘사땨그라하 운동’을 위해 주간지를 발행하기도 했으며, 많은 연설을 하고, 수많은 외국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목록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과 네루, 처칠, 타고르, 톨스토이, 로맹 롤랑 등 저명한 인물도 있다. 히틀러에게도 편지를 썼지만 전달되지는 못했다.
많은 편지와 연설문들은 자아실현, 지식, 종교, 정치 등에 대한 풍부하고 섬세한 간디의 사상과 삶을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간디가 위대한 영혼(마하뜨마)이라 칭송받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바로 ‘타인과의 삶 안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며 항상 실천하기를 주저 하지 않음’이다. 번역을 한 허우성 경희대 교수(철학)의 해설처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의 실천은 종교와 자아 그리고 타인을 하나의 궁극점으로 환원하는 매개이며, 한 인간으로서의 간디의 현재와 미래를 통합하는 줄기이다. 따라서 간디에게 정치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자치(스와라즈)를 얻기 위한 비폭력의 정치적 투쟁조차도 종교적 해탈을 향한 여정속에서 삶의 자연스런 일부가 됐다.
자아와 사회간 괴리감의 급격한 증가뿐만 아니라 자아의 불안정한 확신에 의해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마하뜨마 간디의 ‘실천이자 곧 사유’인 삶은 맑은 깨우침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철규 기자 hisfuf@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