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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역사로 읽는 인간의 뇌
진화의 역사로 읽는 인간의 뇌
  • 장동석
  • 승인 2021.06.18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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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조지프 르두 지음 | 박선진 옮김 | 바다출판사 | 548쪽

진화는 엄청난 생물학적 실험의 반복
짚신벌레, 박테리아도 인류처럼 응전·진화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의 이 책은 40억 년의 시간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행동의 진화를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인간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 오늘에 이르렀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인간 본성을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 진화의 역사를 이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간 뇌의 복잡한 심리적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진화의 “엄청나게 긴 역사를 조망”해야만 한다. “진화의 빛을 비추지 않으면 생물학에서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는 진화생물학자 도브잔스키의 말은, 사실상 진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행동은 “생존을 위한 최초이자 최우선의 도구”다. 인간의 모습을 하기 전, 그러니까 일부 행동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복잡한 유기체일 때는 물론 단세포 미생물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행동은 곧 진화의 발판이 되었다. 

진화의 발판이 된 인류의 행동

진화는 “한 집단 내의 유기체의 특징이 자연선택에 의해 세대에 걸쳐 변화하는 과정”이다. 언어도 당연히 진화의 산물이다. 언어는 다른 사람과 상호 작용할 때 “우리 내면에 대한 담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생겨났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되게 했다. 언어가 없었다면 인간은, 우리 문명은 그 모양과 내실이 오늘과는 확실히 달랐을 것이다. 아니 아예 없었을 것이다. 언어는 경험을 풍요롭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주관적 경험은 실재하며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데,  더 영리해지는 길을 택한 인간의 뇌는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오늘의 인간 종으로 진화했다. 

다양한 방식을 거쳐 탄생한 인간의 뇌는 오로지 지구 생명체들의 자연사를 조사해야만 알 수 있다. 저자는 “모든 생물의 가장 최근 공통조상”인 단세포 미생물은 “어느 날 갑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복제하는 능력을 얻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스스로를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게 되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생물학적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그 와중에 어떤 세포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고, 또 어떤 세포는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렸다. 훗날 인간이라는 종으로 진화한 세포들은 그 사이 진핵생물과 원생동물, 무척추동물을 거쳐 척추동물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연은 우연이되, 차마 숫자로는 셀 수 없는 엄청난 생물학적 실험이 반복되면서 오늘의 인간은 존재하게 이르렀다. 

척추동물은 해양에서 처음 출현했다. 약 3억 7500만 년 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살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척추동물이 분화되기 시작”했다. 척추동물이 바다에서 나오기 전, 그러니까 약 5억 년 전부터 광합성을 하고 있던 식물들이 내뿜은 산소로 인해 동물들은 “육지에서 호흡하고 그에 따른 물질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생명계의 한 가족”이 된 척추동물은 고유한 바우플란(Bauplan), 즉 신체 설계를 가지고 뇌를 차근차근 진화시켜 나갔다. 

짚신벌레나 박테리아조차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가며 부딪히는 것과 똑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인간을 어디 짚신벌레 따위와 비교하냐고? 아니다. 짚신벌레와 박테리아가 매일매일 처한 문제들에 응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인간이라는 종은 없었다. 생명의 진화사에 있어 가장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 언제 또 다시 먼지만한 존재로 돌아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 말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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