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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학 대학원생의 성장기
전기화학 대학원생의 성장기
  • 박희경
  • 승인 2021.06.1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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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학부 4학년 때부터 연구실에 들어와 실험을 했다.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주신 연구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욕이 앞섰던 나는 그 바쁜 졸업 시즌에도 늦게까지 실험에 몰두했었다. 열심히 하면 결과는 나온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3개월 후에 겨우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이제 이것으로 논문을 쓰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이것이 연구의 시작이었다. 의욕이 한풀 꺾인 나는 매번 되풀이되는 일상에 지쳐갔으며 그렇게 재미있었던 실험에 흥미를 잃었다. ‘아 그냥 취업할걸’이라는 후회를 엄청나게 했다. 이때는 (교수님께 죄송하지만) 실험에 손을 놓고 논문만 밤을 새워 읽으며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서 열정 없이 실험했었다. 그런데 논문을 읽다 보니 다른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가 생기고 그것을 연구하며 다시 흥미를 되찾을 수 있었다. 후배 연구자분들께서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구는 전력 질주가 아닌 마라톤과 같아서 꾸준히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물론 의욕이 있어야 하겠지만, 의욕만 너무 앞서면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높다. 

나의 연구 분야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분석전기화학이다. 대학원 진학 당시에 아주 운이 좋게도 지도 교수님께서 전기화학회에 데려가 주셨다. 처음으로 전기화학 심포지엄에 참석했을 때, 배터리에 관한 세션이 주를 이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지도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연구를 위해 필요한 이론 몇 가지와 논문 몇 개를 겨우 읽어보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학회를 다녀오고 나서 나는 전기화학 전공자가 배터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을 찾아 읽고 따로 더 공부를 했으며, 교수님께 부탁드려 학회가 주관하는 교육도 수료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번 학회에서는 들을 수 있는 세션이 더 다양해졌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의 성격이 큰 상승효과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학회 분위기를 보면 발표자가 발표한 후에 질의응답 시간에는 학생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아서 교수님들 위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는 나는 손을 번쩍 들고 학회장에서 질문을 한다. 생각해보면, 고작 10분 발표를 위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생각하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발표자는 오히려 질문이 없으면 아마도 내 발표가 지루했는지 오만 생각이 들며 숨이 턱 막혀올 것이다. 질문은 발표자의 수고를 알아주는 찬사이자 ‘내가 이 부분을 모르고 있어요’라고 고백하는 행동으로 내 자신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께 물어보겠다. 교수님과 대학원생 중에 누가 더 모르는 것이 많은가? 우리도 돌아가지 말고 지름길로 가자!

사실 나는 처음 대학원에 입학할 때에는 석사학위만 받고 대학원을 마치려고 하였으나 논문을 한편 써보니, 내 연구가 정리되어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해보고 싶은 연구도 많아 욕심이 생겨 결국 박사과정까지 진학하게 됐다. 박사과정으로 전환하면서 교수님께서 해주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똑똑한 사람은 노력한 사람을 이길 수는 없고, 노력한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였다.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이 연구 분야는 좋은 결과를 누구보다 먼저 발표해야 하는데, 열심히 노력하면 재능있는 사람을 이길 수 있지만 운 좋은 사람이 알맞은 조건을 딱 찾아 본인보다 먼저 발표해버리면, 내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노력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되므로, 너무 낙담하지 말고 다음 행운이 나에게 왔을 때 그 기회를 살리도록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오늘 하루도 후회 없이 내 길을 걸을 것이다.

 

박희경
충북대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2년차)을 밟고 있다. 지난해 『물리화학』 국제 저널에 표지에 게재된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지난 4월 ‘제 127회 대한화학회 춘계학술발표회’에서 우수 구두 발표상을 수상했다. 객체 나노 전기화학(Single Entity Electrochemistry)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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