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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외국인력제도 개선 방안 유감
[교수논평] 외국인력제도 개선 방안 유감
  • 설동훈 / 전북대
  • 승인 200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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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 전북대 사회학과 ©
2004년 8월 17일부터 한국에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종래의 산업연수제 역시 여전히 편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이 한국에서 받은 연수라고는 고작 2박 3일에 불과한 ‘입국 후 교육’이 전부다. 연수업체에 배치된 후, 산업연수생은 그 명칭에 걸맞은 연수는 전혀 받지 않고 노동만 하고 있다. 산업연수생은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법정 근로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연수생은 잔업(殘業)을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초과근로수당’ 대신 ‘초과연수수당’을 받고 있다. 명칭은 산업연수생이지만, 실제는 근로자인 셈이다. 

 

산업연수제의 법률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 제19조의 2항과 3항이다. 그것은 국내의 산업체에서 연수를 받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산업연수 사증을 발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일 뿐, 산업연수제의 편법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산업연수제는 저개발국에 대한 기술 원조 프로그램의 하나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이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력제도로 편법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산업연수제의 문제점은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데 있다. 

 

최근 법무부는 ‘산업연수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방안의 요체는 산업연수제의 명칭을 ‘기능실습제’로 바꿔 ‘고용허가제와 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의 개선방안은 제도의 편법 운영을 문제삼지 않고, 제도 자체를 손보려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산업연수제라는 편법적 제도 운영을 지속하려는, 반개혁적 시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산업연수제를 인력도입 방편으로 운영하는 방식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03년 2월 산업연수제를 폐지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대구지법 형사합의1부에서는 2004년 7월 7일 “산업연수생이 비록 연수계약만 체결했더라도 연수에만 그치지 않고 해당업체에 실질적인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산업연수생도 명칭 여하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 판례에 비춰 보면, 산업연수제 편법 운영의 근거 자체가 상실된 것이다. 현재 고용허가제와 병행해 실시하고 있는 산업연수제는 순수한 ‘산업연수’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일체의 편법 운영은 조속히 철폐해야 한다. 산업연수제는 ‘개선’ 대상이 아니라 ‘폐지’ 대상일 뿐이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부여된 노동3권, 최저임금, 4대 사회보험 가입 등 고용허가제의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사업장 이동의 금지’를 비롯한 몇 가지 독소 조항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고용허가제’가 아닌 ‘노동허가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려면 “사업주의 고용계약 해지, 휴업, 폐업, 폭행 등 인권침해, 임금체불, 근로조건 저하 등 더 이상 근로관계 유지가 불가능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일부 사용자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일방적인 횡포를 일삼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한계점이 분명히 있지만 사업장 이동이 완전히 자유로운 노동허가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각국 정부는 자국 국민과 이민자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여하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내국인노동자의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제약하고 있다. 노동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이민자에 준하는, ‘특별노동허가’ 또는 ‘노동권’을 취득한 외국인에게만 제한된 업종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노동허가제와 고용허가제의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말하자면, 공허한 내용의 노동허가제보다는 “사업장 이동 절차를 합리화하는 등” 고용허가제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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