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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원
  • 승인 2021.06.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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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도렌 지음 | 김승경 옮김 | 미래의창 | 456쪽

한국만큼 단일 언어가 지배하는 나라는 드물다는 것이 역자의 말이다. 집에서 쓰는 말과 공공기관과 교육현장에서 쓰는 말, 언론과 법원에서 쓰는 말이 동일하다.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영어와 스페인어가 거의 공용으로 쓰이고 인도는 3~4개의 공용어가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신분에 따라 엄격하게 분리된 언어를 사용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3~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찌 보면 단일 언어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언어적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 흥미롭게 소개해주는 이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한국어도 20개 언어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계에는 6,500 개 정도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이 책에 소개된 20개의 언어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다. 당신이 만약 이 20개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세계 인구의 4분의 3과 어느 정도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많은 언어 가운데 이 20개의 언어가 살아남아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언어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때로는 핏빛 역사로 물든 언어 발달사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해독이 불가해보이는 그들의 문장을 해독하고 보석 같은 어휘와 단어를 들려주며 독창성과 모방성을 비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언어의 문법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어학과 문화사가 뒤섞인 흥미로운 문명기행이자 언어에 대한 지독한 탐구의 결과물인 〈바벨〉은 당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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