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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다양성이 번영을 부른다, 지중해의 교훈
[글로컬 오디세이] 다양성이 번영을 부른다, 지중해의 교훈
  • 윤용수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 원장
  • 승인 2021.06.1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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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사진=구글지도
한반도 11배 크기의 지중해에는 22개 나라가 접해 있다. 사진=구글지도

 

지중해는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 3대륙이 둘러싸고 있는 내해다. 지중해는 가로 약 4천㎞, 세로 약 1천800㎞로 면적이 250만㎢에 달한다. 지구에서 6번째로 큰 바다이고 한반도의 11배 크기다. 지중해에는 22개 나라가 접해 있고 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5천년 넘게 만들어 온 역사는 지중해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인류의 역사다.

지중해에는 인간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자연 환경과 넉넉한 먹거리가 있으니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 간 분쟁과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고, 이를 극복하고 해결해 온 과정이 또한 지중해의 역사라 하겠다. 지중해를 통해 연결된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교역과 전쟁 또는 이주 등의 형태로 서로 긴밀히 교류하며 지중해의 역사를 함께 쌓아 왔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고도로 발전된 ‘혼종’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7천800㎞나 떨어져 있는 지중해를 한국에서 연구하는 이유는 지중해의 역사가 인류 문명과 문화의 보고(寶庫)라는 전통적인 이유 외에도 지중해가 작금의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고, 이중에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 교체를 요구하는 변화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다.

 

저출산∙고령화 맞닥뜨린 한국의 반면교사

 

21세기 들어 가속화된 지구촌 현상으로 전통적인 국경의 의미가 희석되고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직업 때문에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해외 이주민의 한국 유입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이고, 이에 따른 인구 감소는 이미 사회 곳곳에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출산율 급감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인구 절벽에 직면해 있고 이는 노동 인구의 감소, 사회의 고령화, 국가 경쟁력 약화의 수순을 밟아 가고 있다. 당장 2021년에는 대학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부족에 따라 전국의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초반 87만에 달하던 대학 신입생 인원은 2021년 43만으로 반토막 났고, 2020년 신생아 수는 27만이란 통계가 나왔다. 이는 다음 20년 뒤인 2040년에는 대학 진학자 수가 또 다시 반토막 난다는 의미다.

국가 경쟁력 유지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적정 인구 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 이주민의 유입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여태 경험해 보지 못한 다문화 사회로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고, 유구한 단일 민족을 자랑하던 우리로서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이미 들어선 것이다.

 

‘팍스 로마나’부터 노르망디 왕국까지

 

다문화 사회 경험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전통적인 다문화 지역인 지중해 국가의 경험과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중해 지역은 바다가 분리한 지역이 아니라 바다가 연결한 혼종 문화지역으로서, 일찍부터 이질적 성격의 민족과 국가들이 서로 어울려 공생하며 고도화된 혼종 문화를 창조해낸 대표적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혼종 문화가 발전된 최고의 문명과 역사적 영광을 잉태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요컨대 인류 역사상 최대 제국이었던 로마의 발전과 영광은 다민족, 다문화 융합의 결과였다. 로마의 황제는 로마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이베리아반도 출신들도 있었다. 15세기 원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을 누렸던 통일 스페인왕국의 번영은 그 이전 800년에 걸쳐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반도에 남긴 콘비벤시아(Convivencia, 종교적, 사회적 관용)의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이사벨라 여왕이 펼친 폐쇄적인 정책은 통일 스페인왕국의 몰락을 앞당겼다.

7세기 혜성처럼 등장한 아랍-이슬람 세력이 약 800년 동안 지중해의 패자(霸者)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민족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녹여내는 아랍인 특유의 문화적 수용성이 큰 역할을 했다. 13세기 시칠리아를 장악한 노르만왕국의 관용과 공존정책은 짧게나마 노르만왕국을 지중해의 중심 국가로 발전시켰다. 21세기 지구촌의 최강 국가인 미국 역시 다민족 혼종 국가다.

이러한 지중해의 역사는 배타적이며 독선적인 폐쇄적인 문화 전통은 사멸되지만,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개방적인 문화는 융성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즉, 지중해는 국가와 문명의 발전은 소통과 융합, 교류와 공존을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것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은 지중해 다문화 사회의 경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고 연착륙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중해가 들려 주는 다문화, 다인종 간 소통과 교류의 힘, 공존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윤용수

부산외국어대 지중해지역원 원장

한국외국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아랍어 사회언어학이고 한국이슬람학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지중해문명교류학』(공저,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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