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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영토분쟁
중국의 영토분쟁
  • 이지원
  • 승인 2021.06.04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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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프레이블 지음 | 장성준 옮김 | 김앤김북스 | 544쪽

 

중국은 과연 대만이나 센카쿠 열도를 무력으로 점령할 것인가 
중국의 행동을 예측하려면 그들의 목표, 전략, 취약성을 알아야 한다 

14개국과 육상 경계를, 6개국과 해상 경계를 맞대고 있는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중국과 접경 국가들간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의 파고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중국은 과연 대만을 병합하기 위해 무력침공을 단행할 것인가? 중국이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센카쿠 열도를 점령할 것인가? 중국-인도 간의 영토분쟁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인가?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인근국가들은 물론 미해군과의 무력충돌을 불사할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중국의 군사안보와 영토분쟁을 연구해온 MIT 대학의 테일러 프레이블 교수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분석과 예측을 제시한다. 프레이블 교수는 최근 중국의 강경한 태도가 반드시 전쟁의 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무력충돌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한다.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은 2008년까지 23건의 영토분쟁 현안 중 17건의 분쟁을 타협적으로 해결했고, 6건이 미해결된 채 남아 있다. 중국의 영토분쟁 사례들을 연구해온 프레이블 교수는 중국은 영토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가들과의 갈등을 무력에 호소하기보다는 분쟁해결을 지연시키거나 타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오늘날에도 중국이 무력수단에 의한 분쟁해결을 특별히 선호한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이 영토문제에서 무력사용을 배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은 강한 군사력을 가진 인접국가인 소련, 인도, 베트남과 영토문제로 몇 차례 무력충돌을 벌였고 남중국해에서 몇몇 섬들을 무력으로 점령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중국의 전투기들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한다. 다만 이러한 무력사용은 침공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대개 상대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레이블 교수는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있어 타협 또는 갈등고조 전략을 선택하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이 책에서 그러한 패턴을 규명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변경 지역 영토분쟁과는 달리 본토 지역이나 핵심이익이 걸려있는 영토분쟁에서는 예외 없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오고 있다. 오늘날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의 핵심지역은 대만을 넘어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인도와의 국경,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도서와 같은 핵심지역 분쟁에서 무력수단을 동원해 단기간에 해결하기보다는 그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은 총 한발 쏘지 않고 홍콩과 마카오를 다시 손에 넣었다. 남중국해에서는 비군사조직인 해상민병대를 동원해 지형물들을 장악하고 있다. 인도와의 국경 지역에서는 인도와 티베트의 연결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그 동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왔는지 설명함으로써 향후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전략과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영토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하게 되면 한국의 생명선을 중국이 쥐게 된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장악하면 동중국해로 나아가는 문이 열리게 된다.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려 할 것이고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과 이어도 영유권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올 것이다. 남북통일 과정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중국과의 경계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영토분쟁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며, 그러한 중국의 전략과 행태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중국 군사안보 전문 테일러 프레이블의 '한국어판 서문'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는가 

 『중국의 영토분쟁: 타협과 무력충돌의 메커니즘』은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고 10여 년이 지나서야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의 영토분쟁 사례들을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프레이블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의 과거 분석과 관점을 돌아보고 그 사이에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중국의 영토분쟁에 관한 프레이블 교수의 기본 관점은 중국은 건국 이래 60여년 간 중국은 영토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가들과의 갈등을 무력에 호소하기보다는 타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신생국가 중국은 건국 이후 심각한 내부적 위협(티베트, 신장 지역의 반란, 대약진운동의 실패,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에 직면했고, 체제의 안정과 변강 지역에 대한 통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인접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을 타협적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인정받는 대신에 일부 영토적 양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분쟁을 해결했다. 반면 인도나 소련,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에서는, 강한 군사력을 가진 상대라 하더라도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 장악력 저하를 막기 위해 무력충돌을 감행했다고 주장한다. 프레이블 교수는 이러한 타협과 갈등고조라는 대응 방식의 차이를 분쟁지역에 대한 장악력의 변동과 중국 체제에 대한 대내적, 대외적 위협의 함수관계로 설명한다. 

프레이블 교수는 이런 분석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2021년은 10여 년 전에 비해 중국의 입장이 보다 강경해지고 있고 분쟁지역들은 언제든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열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비타협적이고 호전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미해결 상태에 있는 사안들(대만, 인도, 부탄,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의 파라셀 제도 및 스프래틀리 군도)이 애초부터 해결이 가장 어려운 분쟁이었다는 점, 대부분의 사안이 해양권이나 대양진출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는 점, 시진핑의 공산당총서기 취임 이후 주권 수호가 훨씬 더 강조하고 있다는 점, 중국의 국력이 모든 측면에서 더 강해졌다는 점 등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프레이블 교수는 중국이 과거에 비해 더 강경해졌다는 점이 영토문제로 전쟁이 벌어질 위험성이 더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중국이 자국이 바라는 조건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중국은 강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입지나 장악력을 계속 강화시켜 나갈 것이고, 주변 국가들은 그런 중국에 대항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토분쟁에 관한 협력과 갈등고조 이론을 통해 중국의 사례들을 분석한다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 타협 전략을, 어떤 상황에서 갈등고조 전략을 선택하는가 

프레이블 교수에 의하면, 국가들은 영토분쟁에 직면하는 경우, 지연 전략. 타협 전략, 갈등고조 전략이라는 3개의 선택지를 갖게 된다. 영토분쟁의 특성상 국가들은 자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대개 분쟁해결을 늦추는 지연 전략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지연에 따른 비용이 클 경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타협 전략을 택하거나 무력사용을 위협하거나 감행하는 갈등고조 전략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는 분쟁지역의 중요도, 대내외적 안보위협, 장악력 등의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분쟁지역의 가치가 낮고, 장악력이 강한 상태에서 대내외적 안보위협이 높을 경우 타협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면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었다. 인민해방군은 1949년 신장 지역을, 1950년 티베트를 점령했다. 1960년대 중국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와 문화대혁명으로 체제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티베트인들과 위구르인들의 반란과 봉기에 직면했다. 중국은 이들 소수민족들과 주변국의 연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처럼 내부적 안보위협이 높은 상태에서, 중요도가 덜한 변강 지역 분쟁에서 중국은 타협을 통한 해결에 나섰다. 그렇게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몽골, 미얀마, 네팔, 등과 분쟁을 해결했다. 중국은 북한과도 1962년 백두산 지역에 대한 영토분쟁을 해결했는데, 프레이블 교수는 당시 중소분쟁이라는 대외적 위협 상황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1990년대에도 중국은 천안문 사태와 소수민족 반란, 사회주의권의 붕괴라는 대내외적 위협 상황에서 러시아, 라오스, 베트남, 부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인도 등과 타협을 통한 해결을 시도했다. 

중국은 소련과 인도, 베트남과는 영토 문제로 몇 차례 무력충돌을 벌였다. 소련과는 1960년대 말 아무르강 유역에서, 베트남과는 1980년대에 국경 근처의 고지들을 둘러싸고 무력충돌이 전개되었다. 인도와는 1956년 중국이 분쟁지역인 익사이친을 관통하는 신장공로를 건설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되었고, 1962년 무력충돌이 있은 이후 오늘날까지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상대 국가가 공세적으로 나오고 자국이 장악력이 약화되는 경우 강경대응을 선택했다. 하지만 무력충돌은 대부분 제한적이었으며 침공이 아니라 상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대만과는 중국 본토에 인접한 진먼다오를 둘러싸고 무력충돌이 지속되었으나 1970년대 미중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고 미국의 위협이 사라지면서 무력충돌도 중지되었다. 

 

 

중국은 영토분쟁에서 무엇을 가장 중시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은 대만이 아니라 티베트와 신장이다

프레이블 교수는 방대한 중국측 자료들을 이용해 각각의 분쟁 사례들에서 중국의 입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지도부가 누구인가에 관계 없이 중국이 일관된 대응 패턴을 보여왔다고 말한다. 그러한 일관성은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지배체제의 안정과 영토적 통일성을 가장 중시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은 영토적 통일성을 넘어 중국몽으로 대변되는 중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를 국가목표로 추구하고 있다. 이는 패권국 미국과 서태평양의 지배권을 두고 전략적 경쟁을 벌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은 먼저 자신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의 영토적 통일성은 보이는 것만큼 확고하지 않다. 중국이 매번 '하나의 중국'을 강조해야만 하는 현실이 그 반증일 수 있다. 티베트와 신장 변강지역은 중국 본토지역과는 상당히 다른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사실상 독립국으로 기능해왔다. 중국 중앙정부의 행정적 관할 하에 놓이게 된 것은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점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티베트와 신장의 분리주의 운동을 우려하기 때문일 수 있다. 대만의 리덩후이 전 총통이 말했듯이,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티베트와 신장의 분리주의에 또 다시 불을 댕기게 될 것이다. 

중국은 영토분쟁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그 중에는 군사강국들이 적지 않다. 어느 한 전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다른 전선은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중국은 무력충돌을 회피하면서 각각의 분쟁지역들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중국은 또한 영토분쟁에 대해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있다.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를 다시 손에 넣었고, 대만의 운명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개입이 사라지는 순간, 어떤 무력충돌도 사실상 불필요해질 것이다. 어쩌면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그 전에 대만이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대만을 무력침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 대만 및 인도와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행보를 예측한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중국의 영토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 대만, 인도와의 분쟁은 미중의 전략적 경쟁과 맞물리면서 점점 더 갈등의 파고가 높아져가고 있다. 저자의 기본적인 예측은 중국이 먼저 나서서 무력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대만해협 상공에서의 중국의 위협 비행이나 중국 항모 전단의 전개는 무력충돌을 위한 예비 조치가 아니라 장악력 혹은 입지를 유지하려는 시위행동에 가깝다. 중국은 푸젠성 코 앞에 있는 대만령 진먼다오조차도 점령하지 않고 있다. 프레이블 교수에 의하면, 중국은 자국의 입지가 강한 상태에서 갈등고조 전략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장악력이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무력사용 위협이나 실행을 통해 자국의 결의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 선제적으로 무력충돌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들 분쟁지역의 불안정성과 긴장은 계속 증대하게 될 것이다. 인민해방군의 전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중국의 입지 강화는 다른 국가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고, 이들 국가가 전력을 증강시킨다면 상호 적대감이 고조되는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남중국해에서 자원개발을 둘러싸고 분쟁이 격화되고, 제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도와의 분쟁에서는 중국의 신장공로 건설 이후 중국의 입지가 강화된 상태이며, 인도는 그러한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고 중국 역시 티베트에 대한 인도의 접근을 허용할 수 없기에 무장된 대치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건국 당시부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중국은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한 무력충돌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국의 입지와 장악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분쟁 상대국들을 개별적으로 압박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만에 대한 중국의 지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배, 인도와의 분쟁에서 티베트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큰 무력충돌 없이 이기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결국 이들 지역의 분쟁은 영토분쟁의 차원을 넘어, 서태평양을 지배하고자 하는 중국과 이에 맞서는 미국과 그 연합국들 간의 전략적 대결이라는 맥락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이어도 영유권,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분쟁 그리고 통일 이후 영토분쟁 

한국과 중국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영토분쟁을 벌이게 될 것인가? 그리고 중국은 어떤 전략으로 나올 것인가? 이 책에는 한국과 중국의 영토분쟁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이론을 한국과 중국 간의 영토분쟁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중국 간 영토분쟁 이슈에는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경계 문제가 있다. 그리고 통일 과정에서 중국은 북중 경계 지역에 대한 자국의 장악력 변동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고, 조중국경조약(1962년)의 승계 문제와 간도지역 영유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서태평양을 지배하고자 하는 중국은 먼저 서해를 내해화하려 할 것이고 동중국해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이어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일단 중국은 이어도 주변수역과 서해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그랬듯이 해상민병대나 어선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은 장악력 저하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인 무력충돌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또한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 북중 경계지역에 대한 자국의 장악력 저하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경계지역에 대한 통일한국의 장악력이 높아지면 중국 동북 지역 한국계 소수민족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패권적 의도를 갖고 있든 갖고 있지 않든, 부상하는 중국은 한국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고 서해와 동중국해, 더 나아가 서태평양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프레이블 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의 국력이 강해질수록 분쟁지역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고, 한국은 중국을 상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한국의 전략은 한미 동맹이든 쿼드 플러스든 중국과의 힘의 비대칭성을 상쇄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한 방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또한 중국과 인도나 베트남의 분쟁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분쟁지역을 장악하고 기정사실화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갈등고조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무력충돌을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14개의 나라들로 둘러싸인, 그리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중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토분쟁을 심도 있게 연구한 이 책은 자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를 추구하는 중국이 한국에 가하는 그리고 앞으로 가하게 될 영토적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숙고하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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