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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패티는 왜 소프트볼처럼 동그랗게 부푸나
햄버거 패티는 왜 소프트볼처럼 동그랗게 부푸나
  • 김재호
  • 승인 2021.06.0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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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더 푸드 랩』 J. 켄지 로페즈-알트 지음 | 임현수 옮김 | 영진닷컴 | 960쪽

요리는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학 
음식은 과학의 결과, 맛은 주관적 

음식비평 ‘시리어스이츠닷컴’의 요리 관리 책임자가 주방 과학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MIT를 다니던 대학생 켄지 로페즈-알트는 생물학 실험실의 지난한 과정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다. 그는 한 식당에서 웨이터 일을 하려다가 덜컥 요리사로 취업했다. 로페즈-알트가 주방에서 칼을 손에 쥔 순간 자신의 운명을 만났다. 그때부터 로페즈-알트는 요리책을 섭렵하며 이 책까지 쓰게 됐다. 

그는 서문에서 “요리는 내게 해답 없는 끝없는 질문의 연속이었다”라며 “전통적인 요리 지식에 따른 조리법들이 실은 아주 시대에 뒤떨여졌으며 몇몇은 완전히 잘못된 지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라고 적었다. 그 사례로 19세기 중반 독일의 화학자이자 식품 과학자 유스투 스폰 리비히(1803~1873)가 등장한다. 리비히는 고온에서 시어링(고열로 고기 표면을 빨리 구워 갈색으로 만드는 것) 하면 육즙이 빠져나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표면에 막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은 약 150년 동안 서양의 음식문화 속에 정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저명한 식품과학자 해럴드 맥기가 그렇지 않다는 걸 쉽게 보여줬다. 

로페즈-알트는 요리를 손재주가 아니라 과학으로 간주한다. 그는 질문한다. “버거를 구울 때 무엇 때문에 버거가 소프트볼 모양으로 동그랗게 부풀어 오를까” 그 이유는 다음 문장에서 확인된다. “버거는 납작한 면과 가장자리 부분부터 익기 때문에 버거 옆쪽은 가운데보 다 훨씬 더 빨리 익는다. 그래서 가운데에는 익지 않고 줄어들지도 않은 고기가 그대로 있게 된다. 동시에 가장자리는 두께만이 아니라 또한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도 줄어든다.” 

『더 푸드 랩』에선 더 맛있는 버거를 만들기 위한 다섯 가지 규칙으로 다음을 제시한다. △소고기를 잘 골라 직접 분쇄한다. △고기를 주물럭거리지 않는다. △간을 넉넉히 하되 패티를 만들고 난 뒤에 소금과 후추를 친다. △햄버거 빵을 사랑하라. △센 불에서 조리한다.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다. 

맛있는 햄버거 만드는 5가지 규칙 

미국의 저명한 식품방송 진행자이자 요리사인 알톤 브라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식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은 과학의 결과이다. 유일하게 주관적인 부분이 있다면 음식을 먹을 때이다.” 요리사의 솜씨는 분명 경험적이고, 객관적이며, 더 나아가 과학적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정성까지 곁들여져 풍미가 더해진다. 

기자가 있는 곳은 합정역인데, 파스타 맛집이 많다. 곳곳마다 파스타 요리법이 다양하다. 책에 따르면, 파스타는 정말 오래된 음식이다. 유럽은 11세기, 중동 은 9세기, 중국은 기원전 2세 기부터 파스타를 먹었다. 물론 지금 우리가 먹는 파스타와는 달랐을 것이다. 로페즈-알트는 “가장 단순하게 말한다면, 파스타는 밀가루와 물을 섞어서 반죽을 만들고 모양을 내서 자르고 끓는 물에 삶는 것을 가리킨다”고 정의했다. 

파스타는 물을 많이 넣고 삶아야 한다. 물이 끓으면 소금을 넣는다. 그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물의 양이 많으면 열용량이 높다. 많은 양의 물에 파스타를 넣으면 덜 식고 재빨리 다시 물이 끓기 시작한다. 둘째, 물이 끓으면서 파스타가 이리 저리 움직이며 서로 엉키지 않는다. 셋째, 적은 양의 물로 삶게 되면 파스타가 익으며 전분질이 너무 많아져 물을 따라내도 더 끈적인다. 넷째, 할머니가 하던 방식이란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직장 생활에서 점심 메뉴 고르기가 참 힘들다. 이 책의 레시피를 따라서 점심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식당 주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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