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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사각지대를 비추다③] 평범한 엔지니어를 뛰어난 엔지니어로 만드는 교육
[과학기술 사각지대를 비추다③] 평범한 엔지니어를 뛰어난 엔지니어로 만드는 교육
  • 이종민
  • 승인 2021.06.0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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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위한 노력도, 공부도 평생하는 것
대학과 학문의 모서리를 품에 안아야

따뜻한 볕을 즐기며 미국의 한 학회 소식지(Perspectives in History)를 읽고 있었다. 신임회장이 자신의 커리어를 되돌아보면서 이런 회고를 했다. “첫 직장을 얻었을 때 학생들을 강의실에서 만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학생들도 나를 좋아했다. 내가 원래 공감을 잘 이끌어내는 사람인 줄 알았다. 되돌아보면 사실 그때 학과에서 내가 가장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덜 나는 교수였던 것 같다. 이젠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강의실에서 공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다.” 읽고 나서 깨달음을 얻었다. 더 늦기 전에 노력해야겠다. 

학위를 받고 미국과 한국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난 지 횟수로 9년차가 되었다. 처음엔 영어로 수업하고 논문을 지도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스트레스에 영어로 잠꼬대를 할 정도였다. 다양한 이공계 전공 학생들과 함께 글쓰기, 윤리, 문화, 환경, 정책을 공부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고민 끝에 몇 가지 멘트를 찾아냈다. “난 공학을 좋아했지만 공학은 내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았어요”, “저도 실험 많이 망쳐 봤어요”, “프로젝트 밤샘하고 먹는 해장국이 맛있죠”, ‘나도 당신의 위치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동기 부여를 위해 본의 아니게 다른 수업을 깎아 내리기도 했다. “여러분들, 지금 듣고 있는 수업에서 얻은 지식이 얼마나 갈 거라고 생각하세요? 3년? 5년? 10년? 맞아요. 오래 못 가요. 그래서 졸업하고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 수업입니다. 30년 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이 수업 열심히 들으세요.” 

이미지=픽사베이

다행인 것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과 과학기술 중심 종합대학들에서 학부는 물론 대학원에 공통교과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수준과 희망 진로에 따라 글쓰기, 프로그래밍, 기업가정신은 물론 다양한 인문(humanities)교과, 교양(liberal arts)교과, 일반(general education)교과가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이공계열 학생들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인문학, 사회 과학, 경영, 예술, 체육 등 이른바 과학기술이 아닌 나머지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원들은 외롭다. 지난 4년간 나의 외로움을 촉매 삼아 국내외 다른 대학의 동료들과 교류하고 변화를 이끌어 보려고 노력해왔다. 심포지엄과 국제 워크숍을 개최하고 함께 단행본을 만들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30년 후 성공적 커리어 위한 기본 체력 

전 직장의 동료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평범한 엔지니어를 뛰어난 엔지니어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뛰어난 과학기술인을 양성하는 것은 어느 학교나 당연히 해야 할 교육의 기본일 것이다. 이를 위해 빽빽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첨단 과학기술을 가르치고 엄격한 학사 관리를 한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지쳐서 쉬느라 다른 일과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여유가 없는 그들이 변화하는 미래에도 잘 적응 하고 서로 생각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뤄 과업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당신의 모서리와 우리의 틈과 나

좋아하는 가수(오소영)의 3집 CD를 뒤늦게 사서 듣고 있다. 처음엔 유튜브에서 들어본 노래들이 먼저 귀에 들어 왔다. 마음이 저려오는 노래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당신의 모서리」는 노래의 가사가 마음에 딱 닿았다. “뾰족한 사람 나를 찔러도 / 난 당신의 모서리가 좋아요 / 당신의 모서리를 안을 수 있게 / 나를 조금만 잘라낼게요.” 처음엔 사랑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더 생각하니 공감과 포용에 대한 노래 같다. 이공계열에 특화된 학교에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은 시기다. 사실 과거에도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고난할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꿈을 포기하지 않되 고난과 외로움을 견디어야 할 때인가 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과 더 행복하려고 한다. “오늘도 하늘을 보자. 멍멍멍.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 있으니.” (「멍멍멍」에서) 

 

이종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과학기술학

공학, 역사학, 과학기술학 공부를 밑천 삼아 과학기술, 환경, 정책이 만나는 접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학생들이 과학기술의 공공적 성격을 인식하여 책임감 있고 공감할 줄 아는 리더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의 환경 공학, 인력, 인프라스트럭쳐의 역사적 성장을 살펴보면서, 동료들과 함께 "환경"에 대한 학제간 연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인문학의 새로운 형태를 디지털, 실험, 환경을 키워드로 찾아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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