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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
  • 김재호
  • 승인 2021.05.2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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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임 개러드, 제임스 버나드 머피 지음 | 김세정 옮김 | 다산북스 | 368쪽

철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엿보며
정치철학사의 기초 개념과 흐름을 잡는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는 정치철학사를 대표하는 공자와 플라톤부터 21세기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아르네 네스까지 꼭 알아야 할 사상가들의 이야기만을 모아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과 주요 흐름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엮어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 대륙에 걸쳐 정치철학사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표 인물 30인의 생애와 주요 사건을 흥미롭게 펼쳐놓는 가운데 그들의 핵심 사상과 저작, 시대적 배경까지 탄탄하게 풀어냈고, 그들의 삶과 살았던 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도판 자료를 더했다. 이 책은 정치철학을 어렵게만 느끼던 독자들에게 정치철학의 세계에 입문하도록 돕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세계를 움직여온 정치의 법칙을 찾아 떠나는 여정!

오늘날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현 정치 체제의 기초를 세운 인물들을 이해해야 한다. 세계사를 좌우한 정치 이념을 구축해온 그들의 삶과 세계관을 추적하면, 그들의 정치적 사고가 시대 속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여 실현되었는지, 그 생성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세계사를 좌우한 지성들이 어떻게 삶과 시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상을 도출해냈는지 풀어낸다. 철학자 한 명 한 명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어떤 시대 상황 속에서 정치적 고민에 빠져 있었는지 살피다 보면 하나의 정치철학이 탄생하기까지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

스승 소크라테스의 사형으로 대변되는 조국 아테네의 부패한 현실을 개탄하던 플라톤은 서양 철학 최초로 ‘정치적 정의’가 무엇인지 탐구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410년 로마 함락의 원인이 기독교 때문이라고 비판받자 유명한 『신국론』을 집필해 기독교에 대한 정치적 비판에 반박했다. 신앙에 기반한 그의 사상은 역설적으로 세속 정치의 초석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혁명이 전 유럽을 휩쓸던 때, 영국의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는 이 혁명의 기세로부터 영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프랑스혁명의 한계를 분석하고 보수주의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한나 아렌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20세기 철학가들의 사상은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형성되었고, 간디, 마오쩌둥, 사이드 쿠틉과 같은 아시아와 이슬람 문화권의 사상가들은 서양과는 다른 정치 노선을 펼치며 독자적인 정치 세계를 구축했다.

이렇듯 철학자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함께 놓고 살펴보면 철학자들 각각이 품었던 특유의 문제의식이 더욱 선명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저자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즐기다 보면 세계 정치철학사의 기초 개념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더 나은 정치를 꿈꾸는 사람을 위한 철학 이야기

더 나은 정치란 가능할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비록 오늘날 정치는 ‘진흙탕’에 비유되며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어느 때보다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우리는 정치가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무대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러시아 사상가 트로츠키의 말을 살짝 바꿔 말하자면,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할 수 있지만, 정치는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는 위태롭고 어지러운 시대에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더 나은 ‘정치’가 무엇인지 탐구한 위대한 정치사상가 30인을 통해 질문을 새롭게 던진다. 이들은 자신이 사는 시대의 정치적 정보의 정수만을 추려 참된 지식으로 정리했고, 이 지식을 인류의 안녕을 위한 보편적 지혜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에게 있어 정치는 더러운 진흙탕이 아닌 도덕적 숭고함과 지적 깊이를 가진 활동이었던 것이다.
플라톤, 칸트, 헤겔 등의 순수 이론가와 외교관으로 활동한 마키아벨리와 데이비드 흄, 국회의원을 역임한 버크와 토크빌, 그리고 근대 국가를 세운 매디슨과 마오쩌둥과 같은 정치가까지 폭넓게 다룬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정치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세계 정치철학사의 핵심 지식을 훑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인류가 꿈꿔온 유토피아가 무엇이었는지 성찰하고, 우리 스스로 현시대를 진단하고 추구하는 희망을 그려나갈 수 있는 생각의 근육이 길러질 것이다. 정치사상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변화를 살핌으로써,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금의 정치 체계가 정치적 진화의 종착지가 아님을 인식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더 나은 정치가 무엇인지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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