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지음 | 도서출판 수류화개 | 464쪽
오늘날 학계는 A4용지 10여 장으로 규격화 그리고 전문화된 논문이 글쓰기의 정형定型이 된 지 오래다. 학계의 업적평가가 이런 형태의 논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글쓰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권위 있는 레퍼런스를 제시하고 그 해석을 살펴야 한다. 때문에 자기 주장과 자기 언어를 말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된다. 토마스 쿤T. Kuhn이 말한 것처럼 모두가 주어진 패러다임 안에서 ‘문제풀이(Problem Solving)’에만 골몰할 뿐 도무지 다른 생각이나 시도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하기도 어렵다.
규격화와 전문화는 세계적인 추세기는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유롭고 비판적인 에세이 철학이 소멸하는 것은 당연한 현실일지 모른다. 이 책은 규격화된 형태를 벗어나 철학 본래의 자유롭고 비판적인 정신을 되살리는 글쓰기를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철학은 어떤 경우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호랑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저작권자 © 교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