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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교권탄압 보고서’
해설 : ‘교권탄압 보고서’
  • 교수신문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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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7 17:36:38
김대중 대통령이 “실력없는 교수들은 퇴출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지난 7일, 서울대에선 원로교수의 친일행적을 거론하다 괘씸죄에 걸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교수가 3년째 무학점 강좌를 이어가고 있었다. 교육부가 억울한 교수들의 재임용 탈락을 구제하겠다며 ‘교수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고치고 있을 즈음,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선 한국사상사학회로부터 올해 논문상을 수상하고도 재임용에서 제외된 남동신 덕성여대 교수가 며칠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정부가 교수의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지금도 교수들의 억울한 재임용 탈락 사연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대학교수회(회장 황한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부당하게 대학과 법인으로부터 중징계와 재임용 탈락 처분을 받은 교수들의 사연을 묶어 ‘교권탄압 관련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재임용 탈락 처분을 당한 교수는 모두 1백63명이고, 파면이나 강제의원면직 등 부당한 징계를 받은 교수가 2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임용 탈락자의 수는 정책당국이 공정한 임용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내놓은 90년대 후반으로 올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90년 5명에 불과하던 재임용 탈락자 수는 95년에는 25명으로 늘었고, 96년 19명, 97년 14명, 98년 55명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정원 전국대학교수회 교권위원장(상지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번 교권탄압 사례는 밖으로 드러난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파면이나 해임처분을 내리겠다는 대학의 협박을 못이겨내고 스스로 그만둔 경우를 비롯해 밝혀지지 않은 내용까지 감안한다면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학교수회는 이 보고서를 지난 4일 한완상 교육부총리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날 면담을 통해 전국대학교수회는 “갈수록 교수들의 부당한 재임용 탈락 처분이 늘고 있다”면서 “교수 계약제임용과 연봉제 도입에 앞서 폐단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보고서를 통해 재임용 탈락 처분의 구체적인 이유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대학교수회가 이를 유형별로 구분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실적 미흡

최근들어 공정한 심사가 강조되면서 대학들이 재임용 탈락의 이유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편법적인 심사방식을 도입하거나, 심사과정에서 고의로 낮은 점수를 부여해 해당 교수를 탈락시킨다. 연구실적 미흡은 각 대학이 교육부에 재임용 탈락 보고를 올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유이기도 하다. 이를 이유로 20여명의 교수들이 재임용에서 제외됐다. 절차상 교수들이 항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과 법인이 가장 애용하는 탈락사유이다. 대표적으로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가 이 경우에 속한다.

●교수협의회 활동을 통한 해교 행위

법인과 총장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탄압하는 방식으로, 교수들이 재임용 시기가 도래할 때 괘씸죄를 적용, 탈락시키는 경우다. 계명대와 덕성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예가 대표적. 96년 총장퇴진 운동을 벌인 계명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해마다 한두명씩 재임용에서 탈락해 지금까지 총 10명이 강단을 떠났다. 덕성여대도 지난 2월 김경남(중문과)·남동신(사학과)·양만기 교수(서양화과) 3명을 탈락시켰는데 이 경우에 속한다.

●법인의 부정부패 고발

법인의 탈법적인 운영 부조리를 파헤쳐 문제를 지적하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경우다. 대학의 예산을 빼돌린 사실을 파헤치거나, 법인의 운영방식을 문제삼다가 재임용 심사에서 제외된 교수들도 적지않다. 입학비리를 폭로해 91년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창호 전 동의대 교수가 대표적이고, 박동혁 전 건국대 교수, 곽노광 전 성결신학대 교수, 이신건 전 서울신학대 교수도 법인과의 마찰이 재임용 탈락으로 연결됐다. 김미선기자 whwoor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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