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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임명문서 ‘고신(告身)’의 숨겨진 이야기
조선시대 임명문서 ‘고신(告身)’의 숨겨진 이야기
  • 김재호
  • 승인 2021.05.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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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기획전 ‘고신(告身), 조선시대의 임명문서 읽기’ 개최

중국부터 조선까지 ‘고신’ 문서를 통해 동아시아의 통치시스템과 문화사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장서각과 타 기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신’을 중심으로 관련 문헌 자료를 모아 2021년 장서각 기획전 ‘고신(告身), 조선시대의 임명문서 읽기’를 개최한다.

고신(告身)은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수여할 때 발급하던 임명장을 말한다.

고신은 4품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상에게는 교지(敎旨) 형식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왕의 어보인 시명지보(施命之寶)를 찍어 관교를 발급하는 형식과 5품에서 9품 관원에게는 왕의 명을 받아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서 임명하는 형식이 있다.

이 전시는 중국에서부터 조선시대 전형적인 양식의 ‘고신’이 정립되기까지 문서 양식, 문서의 작성자, 문서를 작성한 서체, 문서에 찍힌 보인(寶印) 등을 통해 문서를 분석하여, 조선시대 고신의 양식적 기원을 밝혔다.

제Ⅰ부 ‘양식(樣式)’에서는 중국 당나라 때 완성된 율령 가운데 행정 문서의 양식인 공식령(公式令)이 조선시대까지 내려오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본다. 건중 3년(782) ‘주거천(朱巨川) 칙수고신(勅授告身)’은 신라의 마지막 왕으로 고려의 관직을 받은 고려 경종 즉위년(975)의 ‘김부(金傅) 고신’에, 그리고 당의 제수고신(制授告身)이 고려 고종 3년(1216) ‘혜심(慧諶) 고신’에 영향을 미쳤다. 원나라의 간략한 문서 양식을 받아 팍빠 문자로 작성된 원통 2년(1334) ‘이달한(李達漢) 선명(宣命, 원나라의 고신 명칭)’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이다. 이후 조선시대의 고신은 전대의 양식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 『경국대전』에 반영되었다.

제Ⅱ부 ‘작성자(作成者)’에서는 임명문서의 작성자에 대한 오랜 오해를 풀어준다. 태조 4년(1395)에 작성된 ‘강순룡(康舜龍) 왕지(王旨)’는 강순룡의 후손이 이를 태조 이성계의 친필이라 하여 영조(英祖)에게 바쳤고, 영조는 이를 어필(御筆)로 여겨 모각하게 하였다. 그러나 고신은 이조(吏曹)의 영사(令史)가 작성하도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전통시대 인물들의 오해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임을 밝혔다.

제Ⅲ부 ‘서체(書體)’에서는 임명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된 서체를 조망한다. 우리나라의 임명문서는 행서(行書)→초서(草書)→해서(楷書)로 서체가 변화하였다. 그 가운데 왕희지의 행서와 해서, 조맹부의 송설체(松雪體) 등에 영향 받은 고신과 관련 문헌을 제시하여 아름다운 서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제Ⅳ부 ‘보인(寶印)’에서는 고신에 찍혀진 도장들을 살펴본다. 중국에서 유래한 보인은 진시황 이후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고, 당나라 때 8보로 정비되어 용도에 따라 다른 보인을 답인하였다. 조선시대 고신에 안보된 ‘시명지보(施命之寶)’에 이르기까지 어떤 보인들이 고신에 사용되었는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의 주 자료가 온전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문헌이고, 텍스트에 투영된 역사적 맥락과 인문학적 코드를 해명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보는 방식’에 ‘읽는 방식’을 상당 부분 가미한 장서각의 독창적인 전시이다.

전시의 도록은 한국학 연구에 직접 활용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헌과 문헌의 텍스트 원문과 그것을 탈초한 석문(釋文)을 모두 수록하였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부터 7월 2일까지 진행하며, 코로나바이러스-19 예방을 위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www.aks.ac.kr)을 통해 사전예약제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가능시간은 10:00-17:30이다. 관람객은 시간당 15명으로 제한하여 운영하고, 현장에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통해 QR체크인을 실시한다. 마스크 미착용 시, 37.5도 이상 발열 및 호흡기 의심 증상 발현 시 입장을 제한하여, 안전한 관람환경을 제공한다.

● 주요 내용 
■ 전시회 개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는 수많은 종류의 고문서가 소장되어 있고, 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 고문서 가운데 특별히 조선시대의 임명문서인 ‘고신告身’을 2021년 기획전의 전시 주제로 선정하였다. 낱장 문서에 지나지 않는 ‘고신’은 얼핏 보면 단순한 임명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간단하게 보이는 이 문서에 들어있는 여러 요소를 조감하면 문헌학과 역사학의 기초는 물론, 나아가 동아시아의 율령律令이라는 커다란 빙산氷山과 조우하게 된다.
‘고신’에는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의 통치시스템 중 하나인 율령과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위계를 표상하는 기호들이 가득하다. 이를 학술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번 ‘고신’ 기획전은 양식樣式, 작성자作成者, 서체書體, 보인寶印 등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를 꾸몄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고문서를 조사·수집·정리하여 왔다. 『고문서집성』도 이미 100권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현재까지 장서각에서 진행한 고문서 연구의 수준을 짚어보는 전환점이 되리라고 본다.

● 주요 자료
■ 조선 선조 28년(1595) 박의장 고신朴毅長告身

박의장朴毅長(1555-1615)을 가선대부嘉善大夫(종2품)의 품계로 경주부윤慶州府尹(종2품)에 임명하는 고신告身이다. 박의장은 영해寧海 무안박씨務安朴氏 가문의 인물로, 이 가문의 고문서는 『고문서집성』82(한국학중앙연구원, 2005)에 실려 있고, 현재 장서각에 기탁되어 있다. 문서의 양식은 『경국대전經國大典』 고신식告身式에 나타나는 ‘4품이상고신식’이다. 문서는 전부 6행으로 1)행의 기두어는 ‘敎旨’로 되어 있고, 6)행의 중국 연호 만력萬曆과 연年 사이에 안보된 어보御寶는 [施命之寶](方 10cm)이다. 1)행과 6)행은 다른 행보다 한 글자 위로 썼다. 조선시대에 4품 이상 관원을 임명하는 문서는 이런 형태를 가졌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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