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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일산 김두종 교수의 역작 '한국고인쇄기술사', 제2회 한국학저술상 수상작으로 선정
故 일산 김두종 교수의 역작 '한국고인쇄기술사', 제2회 한국학저술상 수상작으로 선정
  • 김재호
  • 승인 2021.05.2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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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인쇄 기술의 역사를 최초로 집대성한 기념비적 저술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제2회 한국학저술상 수상작으로 故 김두종 교수의 『한국고인쇄기술사(韓國古印刷技術史)』(탐구당, 1974)를 선정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인쇄기술을 삼국 및 신라통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걸쳐 살핀 고전이다. 

올해로 제2회를 맞이한 한국학저술상은 우수한 한국학 관련 도서를 발굴하여 학문 발전과 학계 연구 분위기 조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제1회 수상작인 김용섭(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교수의 ‘김용섭 저작집 1~9’에 이어, 한국 고인쇄 기술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고인쇄기술사』를 제2회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특히 본 저술상이 고서점 ‘통문관(通文館)’ 창업주인 산기(山氣) 이겸노 옹의 뜻을 기려 설립된 재단법인 산기(山氣)가 후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고인쇄기술사』 선정은 더욱 의미가 있다.

故 김두종 교수.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본 수상작을 집필한 故 일산(一山) 김두종(金斗鍾, 1896~1988) 선생은 의학박사이자 서지학자로, 숙명여대 총장과 적십자사 부총재 등을 지냈다. 1918년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다가, 1919년 3·1운동 참가로 퇴학당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부립의과대학에 다시 입학하여 학업을 마치고 중국에서 내과의사로 활동했다. 이후 당시 의학이 서양의학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음을 느끼고 만주의과대학 동양의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들어가 연구를 시작했다. 동양의학사 연구와 함께 중국 고의서(古醫書) 수집을 하면서 중국고판본을 감식하고자 중국 서지학을 공부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학사를 연구하기 위해 의학 관계 고서자료를 수집하다가 고서의 판종과 인쇄 및 고활자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고인쇄사를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훗날 『한국고인쇄기술사』를 펴냈고 이 책은 우리나라 서지학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선생의 또 다른 역작으로 의학의 기술적 발전과 문화적 의의, 그리고 사상적 배경을 중심 삼아 의학사를 서술한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평생에 모은 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고, 이 자료는 도서관 내 개인문고 1호인 ‘일산문고’로 만들어졌다.

김두종 교수의 연구 업적은 그가 작고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醫史學의 효시’, ‘서지학의 개척자’ 등으로 평가되며 후학들의 연구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6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일산문고로 본 일산 김두종 선생의 학문적 조명”이라는 주제로 고문헌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여인석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과)는 “김두종은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연구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등장한 연구들은 대체로 김두종의 서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선정작 『한국고인쇄기술사(韓國古印刷技術史)』는 우리나라의 인쇄기술을 삼국 및 신라통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로 나누어 역사적으로 종관(綜觀)한 이론서이자 과학서이다. 1974년 초판 발행 당시 약 630쪽 분량에 관련 사진만 140컷이었으며, 고인쇄사 분야의 학문적 수준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올려놓은 개척적 저작이다. ‘자서(自序)’에서 저자는 이 책의 발간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지금까지 우리 고서(古書)를 수집하여 간행연대, 판본의 형태 및 자체(字體), 자본(字本), 주자본(鑄字本), 관사판(官私板)의 구분, 지질(紙質) 및 제본(製本)양식과 또는 그 책에 붙어 있는 서(序), 발(跋)들을 중심으로 한 서지학적(書誌學的) 연구 자료에 특히 유의해 왔다.” “우리나라의 인쇄술(印刷術) 분야 연구는 개척되지 않은 거의 황무지 그대로 남아 있다. 이에 우리 과거 인쇄술의 걸어온 자취를 종합적으로 총망라해 보려는 의도에서 자신이 가졌던 인쇄술에 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사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기로 하였다.” 

『한국고인쇄기술사(韓國古印刷技術史)』(탐구당, 1974).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이번 수상작은 총 2회의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했다. 광복 이후 발행한 한국학 관련 도서를 대상으로 먼저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20여 종을 선별했다. 이렇게 추천된 도서는 다시 2차 선정위원회에서 한국학저술상의 목적, 학문적 업적, 제2회 수상작으로서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한국고인쇄기술사』를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선정위원장을 맡은 이만열 교수(숙명여대)는 선정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 고인쇄 기술의 발달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저술로서, 다양한 사료와 자료를 통해 고인쇄 기술을 논증하여 고인쇄 기술 연구에서는 전인미답의 결과물이다. 또한 한국학 기초 분야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연구 업적으로서 그 후 관련 분야에 기여한 바가 크기에 선정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정했다.”

제2회 한국학저술상 시상식은 2021년 6월 2일(수) 오후 2시 한국학중앙연구원 소강당(성남 분당 소재)에서 개최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번 저술상 선정을 계기로 1981년 이후 절판된 『한국고인쇄기술사』를 학계에서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이 책의 출판사였던 탐구당과 협의하여 속간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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