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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가 불러온 생명, 그 이유와 끝이 궁금하다
엔트로피가 불러온 생명, 그 이유와 끝이 궁금하다
  • 김재호
  • 승인 2021.05.2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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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지음 |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532쪽

최근 교양과학서는 양자역학이 대세다. 한 학자가 평생 갈고 닦은 과학적 지식과 정신은 양자역학으로 수렴된다. 여기에 철학과 종교적 질문들이 가세하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엔 이론물리학자들이 철학을 더 쉽게 잘 풀어내는 듯하다. 숀 캐럴 캘리포니아공대 연구교수의 『빅 픽처』(사일런스북)가 그랬던 것처럼 브라이언 그린의 이 책 역시 인간의 유한성, 즉 인생무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로 읽힌다.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의 물리 법칙에 따르면 생명과 물질은 언젠가 소멸한다. 인간이든 행성이든 심지어 블랙홀이든. 내 몸을 이루는 수많은 소립자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사람의 몸에 약 30∼50조 개의 세포가 있고, 그 세포는 또한 수조 개의 원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는 다시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소립자들로 이뤄져 있다. 다만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한다. 나와 당신의 몸이 지금 이렇게 특정 상태를 유지하다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오븐에 빵을 구우면 방 안 가득 빵 냄새가 진동한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오븐에서 시작된 빵 냄새는 분자들이 이리저리 충돌해가면 방을 가득 채운다. 오븐 주위에서 시작된 저-엔트로피는 방 전체로 빵 냄새가 퍼지는 고-엔트로피로 향하는 것이다. 분자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배열의 수(저-엔트로피)보다 방 안 가득 마구잡이로 퍼져 있을 배열의 수(고-엔트로피)가 더 많은 것이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빅뱅의 순간 아주 낮았던 엔트로피는 나중에 최대 엔트로피에 도달할 것이다. 그때 최대 엔트로피는 유지된다. 그런데 엔트로피는 물리계의 미래에 다양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린은 “최근에 엔트로피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태양과 같은 반영구적 에너지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자원이 한정된 행성의 분자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면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이 의외로 높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촉매 역할을 했던 건 중력과 핵력이었다. 

최대 엔트로피를 피할 수 없다

째깍째깍.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흐른다는 상황은 분명하지만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시간의 끝은 있다. 그린은 “우리 모두는 입자의 집합체로서 수많은 진화 전투를 통해 행동의 제약을 걷어내고, 엔트로피에 의한 붕괴를 지연시키는 능력을 획득했다”라며 “그러나 여기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해서 자유의지가 물리적 진행을 능가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조금은 비관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고 그린은 강조한다.  

그린은 자연의 모든 힘을 하나로 설명하려는 물리학의 통일장 이론 역시 아직 수많은 이론이 난무한다고 토로했다. 인간은 불변의 과학 법칙으로부터 탄생했지만 그게 무언지 정확히 통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두뇌와 인지능력을 진화시키면서 “영원을 상징하는 콘텐츠를 부지런히 개발”하도록 했다. 그게 예술, 철학, 종교, 과학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다는 것일까? 그린은 다음 두 가지를 강조했다. 분명한 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의식을 갖춘, 즉 지적인 생명체(어떤 형태든)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 아울러, 시간의 역사나 끝보다 당신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여기’가 특별하다는 점이다. 그린은 바깥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과학이지만 개인의 존재 의미를 찾는 건 내면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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