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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 교수신문
  • 승인 2021.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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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규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448쪽

남북한 어문 규범 통일이 어떻게 남북통일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해 약속된 도구다. 언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뜻을 확인한다. 남북은 70년 넘는 분단 때문에 정치,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이질화가 심해졌지만 여전히 공통점은 남아 있다. 바로 언어다. 특히 남북한의 말과 글을 규정한 어문 규범은, 1933년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기초로 하여 각자의 현실과 언어관에 맞춰 발전해 왔다. 이 책은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맞춤법, 띄어쓰기법, 발음법, 문장 부호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 모든 어문 규범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실사용례를 꼼꼼히 살펴본 다음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어문 규범 통일안을 제안한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통일로 가는 길은 멀게만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통일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통일이 당장 이룰 수 없는 목표라 하더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는 필요하다. 남한과 북한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 자신이 사용하는 말을 한국어 혹은 조선어라 부르지만, 사실 두 언어는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이다. 이 책은 통일을 위한 여러 준비 중 하나로 남북 어문 규범 통일안을 제시한다.
남북한의 어문 규범은 일제 강점기 조선어학회에서 만든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우리나라는 남북한 분단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남한은 자본주의 진영과, 북한은 공산주의 진영과 주로 교류하면서 서로 지향하는 방향이 달라졌다. 말과 글 문제에서도 접하는 언어들이 많이 다르다 보니 외래어 표기법 등에서 이질화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남북한의 상호 이해와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남북 언어의 통일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으로 남북한의 어문 규범을 면밀히 살펴야만 한다. 두 어문 규범이 어떤 변천 과정을 겪었고, 그 결과 현재 남북한 어문 규범이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나아가 통일 시대를 준비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어문 규범을 합일시켜 나갈지 등을 이 책은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구체적으로는 남북한 어문 규범의 이질화를 극복 방안으로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부터 현행 어문 규범인 《한국 어문 규정집》과 《조선말규범집》까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남북한 어문 규정 통일안을 제안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어문 규정 통일안은 남북한이 이미 1992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요구로 학자들 차원에서 로마자 표기법 통일안을 도출한 바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미 한 번 통일안에 합의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어문 규정에서도 통일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한다면 어문 규범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어문 규범을 이해하고, 나아가서는 통일된 어문 규범을 가질 때 통일로 가는 길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아니 그때는 이미 남북이 통일된 상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남북이 서로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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