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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에서 有를 創造하는 秘訣
無에서 有를 創造하는 秘訣
  • 이철세 배재대 교수
  • 승인 2004.1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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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설립비리 의혹'(교수신문 333호)을 보고

소위 校主라고 하는 사립학교 설립자들 중에는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이길래 이 땅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교주들이 그다지도 많단 말인가.

비결이란 알리거나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스러운 방법이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는 비밀이란 없다고 하던가. 최근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계기로 흘러나온 여러 가지 보도 자료에 의하면 교주들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뻔뻔스러운 자랑은 "내가 빈손으로 교육부의 특혜를 얻어서 학교를 세운 후에 학생들 등록금을 잘 주물러서 이제는 드디어 부와 명예를 얻게됐다"는 부끄러운 고백에 지나지 않음이 명확해 졌다. 그러면 그렇지! 본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神의 영역이 아니던가.

교육부의 강압적 관치 교육과 교주의 독선적 경영이 가능한 사립학교의 특성상 학교 내부의 비리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립학교에 비리가 만연돼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호박 넝쿨이 뿌리에 연결돼 있듯이 사립학교의 비리도 들추어 내보면 결국은 그 끝이 교육부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심증을 가져 왔다.

그런데 비리 없는 심증은 없는 것인가. 최근에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출된 경문대학과 청강문화산업대학의 설립과정에 얽힌 비리는 사립학교 비리에 교육부가 얽혀 있으리라는 심증이 사실임을 잘 증명해 준다.

교육부의 '대학 설립 인가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엄청난 이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문대학과 청강문화산업대학은 사채시장에서 잠깐 빌린 은행잔고 증명과, 그리고 학교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의 토지에 대한 등기부 등본을 마치 출연 재산인양 제시하여 법인 설립 허가(내인가)를 얻어냈고, 이들 재산을 실제로 법인에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학교설립 허가(본인가)까지 얻어냈음이 드러났다. 당시에 학교설립 허가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현 안병영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10여명의 교육 관료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로쇠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이다.

당시 대학 설립 허가는 장, 차관의 결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청와대까지 보고하는 사항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두 대학에서는 봉이 김선달처럼 맨입과 빈손만 가지고 그처럼 어렵다는 학교설립 인가를 받아냈으니 이는 교육부의 공모 또는 방조나 묵인 아니면 최소한 직무유기에 의한 결과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모르고 그리했다"라고 변명하고 있으니 이는 "우리는 바보입니다"라는 고백과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할 줄 모르니 정말 바보들인가.

비리로 태어난 대학에서 비리와 불법 행위를 주저할 이유가 무엇이 있었겠는가. 참다못한 일부 용기 있는 교수들과 보다 못한 학생들의 저항으로 이제 비리의 일부가 들어났으나 불의에 저항한 힘 없는 교수와 학생들만 희생이됐을 뿐이고 아직도 비리 근절을 위한 근본적 처방이 없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부가 바로 서면 총장, 학장, 교장들이 비리를 저지를 수 없으며 총장, 학장, 교장들이 바로 서면 학교 구성원들이 절대로 비리를 저지를 수 없음을 강조한다. 교육부가 윗물을 흐리면서 힘 없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이 사라지면 정말 좋겠다. 교육부가 아무 일을 안 해도 사립학교의 비리만 제거하면 큰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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