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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사립학교법 개정 앞둔 교육계
해설 : 사립학교법 개정 앞둔 교육계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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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내에서 제재 가능…개정 없이 부패 못막아

▲이날 사학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전교조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 김조영혜 기자
사립학교법 개정을 앞두고 사학법인연합회와 교육•시민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7일 같은 시각, 서울역과 대학로에서는 각각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 민주적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학법인 관계자 9천여 명은 사립학교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며 집회를 벌였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요구하는 교수단체들은 대학로에서 종묘까지 거북이 마라톤을 진행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 등 사학재단 관련 단체들이 모여 구성된 사립학교법․교육법개악저지공동연합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법률안에 대한 개정 수위를 떠나 사립학교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사립학교법․교육법 개악저지를 위한 전국교육자 대회’에 참석한 연사들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좌파정치’, ‘학교사회주의’로 규정했다. 개방형 이사제가 실시돼 교수, 직원 등 학내 구성원이 재단 이사회에 참여하게 되면 사학재단의 운영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 근로자가 회사의 이사를 추천․선임하고 근로자가 이사회를 제쳐 놓고 회사의 중요방침을 심의하는 나라는 없다”라며 구성원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를 위시한 교육시민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들이 재단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사립학교로서의 건학이념도, 교육목표도 없어지고 학교는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고 학생들은 꼼짝없는 홍위병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학재단측도 사립학교법 개정의 도화선이 됐던 사학 비리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윤종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몇몇 사학들이 비리와 부정에 연루된 사례가 있었고, 공공성을 해치는 부당한 운영 방식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사학비리와 사립학교법 개정은 별개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도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데 교육부의 직무유기를 이유로 사학재단의 자율성을 박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회 말미에 법률안 통과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및 헌법소원 심판청구 등의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끝까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발표하기도 했다.

 

교수노조 등을 주축으로 한 교수•시민단체들은 사학법인의 학교폐쇄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진정한 교육자라면,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비교육적인 발상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학교운영비의 98%를 국고보조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재단이사회가 인사권, 회계 재정권, 규정의 제개정권 등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38개 사립대에서만 총2천17억원이 횡령됐으며 지난해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동해대의 경우, 설립자인 총장이 친인척 등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약 4백2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들은 이러한 실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해 재단 이사회의 독단적 운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사립학교법상 사학재단은 교비를 횡령해도 정해진 기간 안에 갚으면 무죄가 되고, 비리를 저질러 임원승인이 취소돼도 2년 후면 복귀할 수 있는 등 사학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사학재단들이 학교폐쇄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결의하자, “학교를 폐지할 때에는 교육감이나 교육부 장관의 사전인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다”라며 “국회의 고유권한인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 학교 폐쇄를 거론하지 말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건전사학육성법안(가칭)’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해 사학재단의 불만을 잠재울 계획이다. 당론으로 결정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손대지 않는 대신, 사학재단을 비롯한 보수층을 달래기 위한 ‘당근’을 마련한 것. 그러나 사학의 연구성과나 재무상태를 평가해 재정 지원한다는 요지의 건전사학육성법안이 열린우리당이 노리는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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