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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사회적 가치 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 이중원
  • 승인 2021.05.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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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인류의 지성사를 보면, 인간은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왔다. 개인이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뿐 아니라, 공동체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를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로 강조해 온 것이다. 이 가치는 근본적으로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인문적 가치로서, 해당 공동체의 요구와 특성에 맞게 사회적으로 구현된 사회적 가치로 오늘날 회자되고 있다. 공동체마다 역사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환경 그리고 삶의 양식이 다른 만큼,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의 중심 덕목과 그 의미 또한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적 가치는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는 공동체의 판단과 선택의 기준 지표가 되는 사회적 가치가 과연 존재할까?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은 오늘날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어느덧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 반목과 대립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점점 심화되고 있는 편가르기, 혐오, 차별, 불평등, 불공정 등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래서일까. 서로 충돌하는 상반된 가치들을 큰 틀에서 배려하고 포용하며 조율하는, 구심력으로서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담론과 실천체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 사회에서도 사회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현대 과학기술문명은 주로 경제성장과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결과 경제 제일주의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과 윤리 문제, 지구 온난화와 전염병 같은 전지구적 재앙은 한층 악화일로에 있다. 이러한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려면 과학기술이 지닌 사회적 가치의 강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인류의 공동 위기를 해결하는, 책임 있고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요구된다. 

21세기 초연결 사회에서 사회적 가치는 네트워크에 바탕한 미래의 새로운 인간상 및 사회상을 정립하는 데 역시 중요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 자율성을 지닌 인공지능의 개발이 가져올 인간 자율성의 약화 및 위험의 증가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대응 문제, 기계의 인간화 경향과 인간의 기계화 경향의 가속으로 인한 인간과 기계 사이의 모호한 경계와 휴머니즘의 문제, 인공지능(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필요한 새로운 사회적·윤리적 담론 문제 등. 이는 미래 사회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 그리고 심도 있는 연구를 이끌어갈 주체가 필요하다. 우리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 가치, 곧 인문 가치의 사회적 구현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심도 있게 분석·연구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싱크 탱크로서 국가 주도의 ‘사회적 가치 연구원’(가칭)의 설립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가 공유할 인문적 가치들을 발굴·창출하고, 사회갈등을 해결할 기준 지표로서 사회적 가치를 확립하고 공유하며, 이를 토대로 사회갈등과 대립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의 거버넌스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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